'꽃향유'
발길이 닿는 숲 언저리에 자주빛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이 무르 익어간다는 신호로 받아 들인다. 까실한 가을 볕을 한껏 품고 속내를 드러내는 빛이 곱기만 하다. 한가로운 산길에 느린 발걸음을 더 더디게 하는 꽃이다.


분홍빛이 나는 자주색의 신비로움에 감미로운 향기까지 놓치기 아까운 가을 꽃이다. 꽃이 줄기의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하게 뭉쳐서 핀 독특한 모양이다. 무리지어 혹은 혼자 피어 귀한 가을볕을 한껏 받고 빛나는 모습이 곱기도 하다.


꽃향유는 향유보다 꽃이 훨씬 더 짙은 색을 띠어서 꽃향유라고 부른다고 한다. 향유와 비슷한 꽃으로는 백색의 꽃이 피는 흰향유가 있고, 꽃이 크고 훨씬 붉은 꽃향유, 잎이 선형인 가는잎향유, 꽃차례가 짧으며 잎 뒷면에 선점이 있는 좀향유 등이 있다. 구분이 쉽지 않다.


붉은향유라고도 하는 꽃향유에는 여물어가는 가을 숲의 성숙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곱게 나이든 여인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조숙', '성숙'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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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소 小素笑 - 진짜 나로 사는 기쁨
윤재윤 지음, 최원석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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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본바탕대로 웃는

먼 길 돌고 돌아와 지천명知天命을 지나고 나니 곁에 두어야할 것과 거리를 둬야할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듯도 하다쌓인 시간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 여긴다하지만 이 선물을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쌓인 시간만큼의 부침과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비로소 받을 수 있는 선물인 셈이니 받아 안은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그 선물의 핵심 내용은 '진짜 나로 사는 기쁨'이 무엇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재윤의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이후 두 번째 책 소소소 小素笑는 그런 의미에서 친근감이 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년 법복을 벗고 변호인이 된 저자가 나라는 존재와 우리의 삶에 대한 깊어진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와 나누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기본적 시각을 머리말에서 밝힌 책 제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소소소 小素笑는 조심스럽게 마음먹고 행하라는 의미의 소 생긴 대로 본바탕대로 꾸미지 않은 마음가짐과 태도를 담고 있는 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인 웃는 마음을 갖추고자 하는 의미의 소 를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진짜로 살아가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만나는 이웃과 세상의 이야기를 펼친다나이 들고 세상을 한발 물러서서 관조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선 이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볼 때 갖을 수 있는 다소 여유로움이 깃들어 있는 마음들이다그러기에 이야기 속에는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그 속에서 찾은 진리와도 같은 진짜 나로 사는 기쁨에 관한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여기에 더하여 어린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소환하고 있는 최원석 화백의 따뜻하고 정감 어린 그림이 함께 있어 이야기가 담은 정서와 잘 어우러진다.

 

작게본바탕대로 웃는 소소소바람이 아주 부드럽게 부는 모양처럼 순하여 더 귀한 마음이다이 책을 통해 기온이 차가워지는 시절에 책장으로 넘기며 얻은 온기로 무사히 건너갈 힘을 얻는 소중한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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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 판놀음
'창극, 오늘을 만나다'


별별창극
국립국악원 작은창극 - 꿈인 듯 취한 듯


2019. 10. 23(수) 19:00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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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꽃좀닭의장풀'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올랐던 산 바위 위에 흰꽃이 피었다. 보라색 꽃으로 익숙한데 흰색이라 다소 낯선 모습이다. 간혹 한두 개체는 보았으나 무리지어 핀 모습은 처음이다.


흰꽃좀닭의장풀, 닭의장풀 또는 달개비로도 불리는 흔한 꽃에 수식어가 붙었다. 좀닭의장풀은 꽃이 포에 싸이고, 밑에 꽃잎은 연한 청색이고 위의 꽃잎 두장은 진한 청색이다. 꽃이 흰색으로 피어서 흰꽃좀닭의장풀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설명으로는 이런저런 구분 포인트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어설픈 눈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낯선 대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주목하자. 그것이 다른 존재를 알고 이름 부를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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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달라진 질감으로 얼굴에 닿는 볕이 아깝지만 붙잡을 도리가 없다. 볕 날 때 그 볕에 들어 볕의 온기를 가슴에 품어두는 수밖에.

향기 또한 다르지 않다. 가을볕의 질감으로 안겨드는 향기를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가을볕 만큼이나 짧은 향기가 아까워 한 줌 덜어다 그릇에 옮겨두었다.

하늘의 볕을 고스란히 품었으니 볕의 질감을 그대로 닮았다. 색감에서 뚝뚝 떨어지듯 뭉텅이로 덤벼지는 향기에 그만 넋을 잃어 가을날의 한때를 이렇게 품는다. 다소 넘치는 듯하나 치이지 않을만큼이니 충분히 누려도 좋을 가을의 선물이다.

아는 이는 반가움에 가슴이 먼저 부풀고, 처음 본 이는 눈이 먼저 부풀어 이내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 이 향기다. 

하늘색 종이 봉투에 한 줌 담아서 그리운 이의 가슴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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