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이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다. 흉이 흉이 아니고 약점이라 생각된 것이 오히려 나 만의 귀한 경험이 되는 것이라는 보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눈인가.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는 벌레 먹은 나뭇잎이 지천인 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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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국'
스스로를 물들어 그 넘치는 향과 멋을 전하고 싶은 걸꺼다.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잎 떼어내 입에 넣고 살그머니 씹어 본다. 쌉쌀함이 입안에 오랫동안 머물며 그 맛을 기억하게 한다.


너 피었으니 올해 꽃놀이도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하여, 이후로 만나는 모든 꽃에 더 오랫동안 눈맞춤 한다.


감국은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내 사는 곳 주변에서는 볼 수 없어 바닷가에서 첫눈마춤 하였다. 옹색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바다를 향해 노오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굳이 배임정 람이 없어도 그 향은 진하다.


모양, 색, 꽃 피는 시기 등에서 감국과 거의 흡사하여 구분이 쉽지않은 '산국'이 있다. 꽃의 크기, 탁엽의 유무, 쓴맛의 차이 등으로 구분하나 두 꽃의 실물을 보면 쉽게 구분이 될듯도 싶다.


국화의 원조인 노란 들국화인 감국(甘菊)은 단맛이 나는 국화라는 뜻이다. 향기가 좋아 꽃을 먹기도 하며, 10월에 꽃을 말린 것을 차나 술에 넣어 먹기도 하고, 전을 부쳐서 먹기도 한다.


'가을향기', '순순한 사랑' 등 다양한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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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드는 절기다.

입동이 지나면 막바지 감을 따고, 김장을 준비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고,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고 한다.

날씨로만 본다면 바람도 잠잠하고 햇볕은 따사로워 겨울을 실감하기는 아직 멀었다. 그렇더라도 입동이면 겨울의 시작이니 몸과 마음의 깃을 잘 여며야할 것이다. 춥지 않을 마음자리를 위해 난 무엇을 마련해야 할까.

때마침 첫서리가 내렸다. 

입동立冬에 가만히 마음 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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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잃었다. 볕 좋고 바람이 적당하여 소풍 보낸 마음을 미쳐 불러들이지 못한 탓이다. 손바닥 만한 숲을 바람을 마주보며 무작정 걷다 다다른 곳에서 숨을 멈춘다.


올려다보느라 시간을 잃었다. 기대는 마음을 품어주는 절묘한 어울림에 알 수 없는 느낌이 가슴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러거나말거나 쭈구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잊었다.


대나무 사이를 가르며 빰을 토닥거리는 빛의 다정함에 놀라 겨우 소풍간 마음을 불러들였다. 솔바람을 품은 마음은 그제서야 이곳이 어딘지를 둘러본다.


비로소 가을의 속내에 들어왔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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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국화는 노란색이어야 하고 산국이 피어야 국화 피었다고 할 수 있다. 산국 피었으니 온전히 가을이다. 올망졸망 노란 색이 환하다. 중양절 국화주 앞에 놓고 벗을 그리워 함도 여기에 있다. 국화주 아니면 어떠랴 국화차도 있는데?.


산에 피는 국화라고 해서 산국이다. 국화차를 만드는 감국과 비교되며 서로 혼동하기도 한다. 감국과 산국 그것이 그것 같은 비슷한 꽃이지만 크기와 향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산국은 감국보다 흔하게 볼 수 있고 가을 정취를 더해주는 친근한 벗이다.


내 뜰의 가을날 한때를 수놓던 구절초가 시들해지니 그 옆자락 산국도 핀다. 일단 노랑색으로 이목을 끌어 발길을 유도하더니 그보다 더 끌림의 향기로 곁에 머물게 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문 옆에서 오고가는 이를 반기고 배웅한다.


개국화·산국화·들국이라고도 하는 산국은 감국과 비슷하게 피면서 감국인 것처럼 흉내를 내는 것으로 보고 '흉내'라는 꽃말을 붙은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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