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손에서 놓았던 것을 다시 들었다. 소리가 날까? 하는 염려가 없던 것은 아닌데 막상 망설임을 걷어내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관대를 들어 끼우고도 입술에 물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움직임을 따라 조심스럽게 숨을 불어 넣었다. 아? 잊고 있었던 소리가 나온다.

조심스럽게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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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처마 밑이 휑하다. 
한겨을 찬바람과 포근한 햇볕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안으로 안으로 단맛을 품었다가 고이 내어주는 곶감을 만들지 못한다. 겨우 이 모양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매년 겨울이면 들고나는 때를 맞춰 한두개씩 빼 먹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눈으로 보는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더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감의 색감이 주는 맛 또한 결코 놓칠 수 없기에 곶감을 건다. 이 두가지도 감을 깎아서 처마 밑에 내다거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지만 이것도 핑개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나누는 정情이다. 보는 맛과 먹는 맛에 대한 기억으로 입맛을 다시며 상상이 더해지는 동안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그 미소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몹시 크다.

"한개 먹어도 되요?" 몇번을 말성이며 조심스럽게 건네는 그 한마디에 들어 있는 속깊은 정을 나누고자 함이 곶감을 만드는 궁극적 이유였다.

잘려서 식품건조기 속으로 들어간 감 조각으로는 결코 흉내도 낼 수 없는 그 맛을 올해는 누리지 못하게 생긴 것이다. 이제는 아쉽고 안따까움으로 고스란히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할까.

아..., 내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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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으로 지은 세상'

내가 그리는 어떤 세상이 있어
우리들 마음속에 늘 품고 사는 세상
이 나라 이 땅 머물다 간
다정했던 이들 지으려 애쓰던 세상
다가올 날에도 티끌처럼 많은 이들
짓고 또 지으려 애쓸 세상

마른 나무에 새 속잎 나고
꽃이 필 제 올지도 모르는 세상
산천초목 짐승벌레 미물까지
엄마와 아기처럼 다정한 세상
아 어머니 마음 같은 세상
정으로 지은 세상이야

마을과 마을의 닭이 우는 소리
서로 접하여 들려오는 세상
추하고 악한 것은 다 스스로 소멸하고
감미로운 과실나무 향기로운 꽃과 풀만
그 땅에 피어나리라

탐하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자라나지 아니하고
천하느니 귀하느니 차별함이 전혀 없이
선하고 고운 말만 오가고
서로 보게 됨에 즐거워하는 세상

금은보배 부귀영화를 일컬어 서로가 말하기를
옛날에 사람들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서로 상하게 하고 서로 해롭게 하여
무수한 고통이 있었는데
이제는 부귀가 쓸모없는 돌 조각 같아서
탐내거나 아끼는 사람이 없게 되었노라 하는 세상
권세 없는 평등 세상 눈물처럼 순수한 세상




https://youtu.be/uw8sNKsOW8I

*요즘 한승석과 정재일의 음악에 푹 빠져 지낸다. '자장가'에 이어 '끝내 바다에' 음반에 실린 '그대를 생각하다 웃습니다'와 '정으로 지은 세상'을 시도때도 없이 무한 반복 중이다.

'내가 그리는 어떤 세상'은 '선하고 고운 말만 오가고 서로 보게 됨에 즐거워하는 세상'으로 '마른 나무에 새 속잎 나고 꽃이 필 제 올지도 모르는 세상'이지만' 끝내 오고야말 세상이다.

멜로디와 가사, 음색이 어루러져 전해지는 느낌은 가슴 깊은 곳, 숨겨둔 감정을 속절없이 끄집어 내게 하기에 무방비로 당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그 당혹스러움을 즐기고 있다. 

아침 차가운 기온과는 달리 한낮은 온기 가득 담은 볕이 참 좋다. '가슴에 손' 얹고 그 온기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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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윗지방에는 눈이 왔다지만 남쪽은 포근한 날의 연속이라 곳곳에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다. 그 정취를 누리는 마음에는 열매가 주는 이미지도 한몫한다.


꽃보다 열매다. 꽃이 있어야 열매로 맺지만 꽃에 주목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작아 잘 보이지 않거나 주목할 만한 특별한 특성 보이지 않아서 간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듯 독특하고 강렬한 색의 열매를 남긴다.


이 붉디붉은 속내가 어디에 숨었다가 드러나는 것일까. 여리디여린 잎과 연초록의 꽃으로는 짐작되지 않은 색감이다. 붉게 물든 잎이 떨어지며 남긴 아쉬움까지 덤으로 담아 열매는 더 붉어지는 것일까.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코르크로 한껏 부풀린 가지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쉽게 보여야 열매의 몫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 깃털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다. 이 특별한 모양새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화살나무의 이른 봄에 나는 새싹은 보드랍고 약간 쌉쌀한 맛이 나 나물로도 식용한다.


화살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여러 종류가 있다. 회잎나무, 참회나무, 회나무, 나래회나무, 참빗살나무 등이 있으며 열매, 코르크 등이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는 않다. 이름과 함께 연상해보면 이해가되는 '위험하 장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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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김민식, 브레드

경남의 어느 대학 건물 벽에서 보았다. '나무의 시간'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사진을 찍어두고 책을 찾아 구입했다. 순전히 나무 때문이다.

"톨스토이, 고흐부터 박경리, 안도 다다오, 호크니까지
나무로 만나는 역사, 건축, 과학, 문학, 예술 이야기"

40여년 전 세계의 나무를 따라다닌 독특한 이력에 강원도 어디쯤에 '내촌목공소'라는 간판을 걸었다는 것이 이 책과 관련하여 내가 아는 전부다.

나무에 대한 다른 접근, 무엇이 담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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