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놓치다, 봄날

저만치 나비 난다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흰 날개에
왜 기생나비라는 이름이 주어졌을까
색기(色氣) 없는 나비는 살아서 죽은 나비
모든 색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르게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위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습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 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의 수면에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은 날들이 잠시 잊힌다

봄날 나비를 쫓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가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시간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앉아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되지 않을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어느 날 저 나비가
허공 무덤으로 스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봄날, 기다리는 안부는 언제나 멀다

*이은규의 시 '놓치다, 봄날'이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듯 봄날이 품고 있는 희망은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오늘 그 희망을 내 손으로 잡는 날이기에 언제나 멀리 있는 안부를 묻는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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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별꽃'
하늘의 별에 닿고 싶은 마음이 땅에 꽃으로 피었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별을 닮은 꽃들은 대부분 땅에 바짝 붙어 있어 눈맟추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허리를 굽히게 만들지만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받아들일만하게 아름답다.


그늘진 숲의 나무 아래나 계곡 주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이 별모양이고 다른 개별꽃들에 비해 잎이 크기 때문에 ‘큰개별꽃’이라 한다. 꽃은 4-5월에 피며, 줄기 끝에 항상 1개씩 달리고 흰색이다. 꽃자루에 털이 없으며, 꽃받침잎과 꽃잎은 5-8장이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2-3개다.


별꽃, 개별꽃, 큰개별꽃, 숲개별꽃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꽃들이 많다. 꽃잎의 크기와 숫자, 모양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많은 종류들을 만나다 보면 이것도 쉬운게 아니다.


별을 향한 사람의 마음이 담겨 '은하수'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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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단함
-오길영, 소명출판

아름답고도 단단한 삶, 그것을 위해 사람과 세상을 담은 세상, 책, 영화를 들여다 본다. 이를 보는 관문에 지성적 사유라는 키워드를 통해 깊은 사유의 결과물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내 놓고 있다. 그저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오길영의 첫 책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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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벗은 그 덕을 벗한다. 뜻을 함께 하는 이가 벗이요, 도를 함께 하는 이가 벗이다. 곧으면 벗하고 믿음직하면 벗하며, 들은 것이 많으면 벗하고 자기보다 나으면 벗한다. 한 고을을 벗하되 부족하면 한 나라로 가고, 한 나라로 가서 부족하면 천하로 간다. 천하로 가서 부족하면 이에 천고의 역사를 거슬러 가서 벗을 삼는 상우천고尙友千古에 이르게 된다. 군자가 벗을 취함은 그 방도가 넓다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여러 품종의 화훼 중에서 한 가지 덕이라도 취할 만한 것이 있어 받아들일 만하면 옛시인과 묵객들은 또한 그 향기를 맡고 그 맛과 냄새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굴원의 난초와 왕휘지의 대나무, 도연명의 국화, 임포의 매화가 모두 이러한 식물이다. 마음에 통하고 뜻에 들어맞았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절친하고, 끈끈한 정이 있어 의기투합하는 이상이었다. 정신이 융화되며 정기가 서로 통하여 사람이 식물이 되고 식물이 사람이 되며, 저것이 내가 아니고 내가 저것이 아니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여 절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유계 김수증 깨끗한 벗의 집 정우정의 기문이다. 연못을 파고 연꽃을 가득 심은 다음 그 곁에 정우당을 세운 일을 두고 식물을 벗으로 삼는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현실에서 마음에 드는 벗을 만나지 못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 책 속에서 벗을 찾고 여기에서도 찾지 못하면 자연을 벗으로 삼는다. 식물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식물이 될 정도로 절친한 벗이 될 수 있다고 했으니 꽃에 미친듯 보이는 것도 다 이해가 된다.

봄을 부르는 풀꽃들이 만발하다. 봄이 무르익으면 나무꽃들이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나들이도 늘고 이를보는 다른 이들의 불편한 시선도 늘어난다. 꽃도 몸살이고 사람도 함께 몸살이다.

혹, 꽃을 찾아 산과 들로 다니는 이들의 속내가 옛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자기합리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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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흔하게 볼 수 있어 정을 쌓아갔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때 되면 피고지며 사람들 이웃에서 함께 있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으로 바뀌어 간다. 누구 탓할 것도 없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곳 저곳 발품팔며 꽃보러 다니는 몇년 사이에 못 보다가 먼길 나선 낯선 곳에서 무리를 만났다. 사람 손 타지 말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볕을 좋아해 양지바른 곳, 무덤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할미꽃이다. 보송보송한 털로 감싸고 빠알간 꽃을 피운 할미꽃을 보노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할미꽃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 유별나게 더 친근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미꽃을 얻어다 뜰에 심었다. 꽃을 나눠준 이의 마음까지 더하여져 그런지 올해는 제법 풍성하게 자라 꽃을 보여준다.


손녀를 찾아가다 쓰러져 죽은다음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꽃대가 구부러진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처럼 '슬픔', '추억'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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