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십우花中十友

ㆍ방우芳友 : 난초
ㆍ청우淸友 : 매화
ㆍ수우殊友 : 서향瑞香
ㆍ정우淨友 : 연蓮
ㆍ선우禪友 : 치자꽃梔子花 
ㆍ기우奇友 : 납매蠟梅
ㆍ가우佳友 : 국菊
ㆍ선우仙友 : 계桂
ㆍ명우名友 : 해당화海棠花
ㆍ운우韻友 : 차마

*宋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일찍이 열 가지 꽃을 골라서 화중십우로 삼았다. 그가 벗으로 삼은 꽃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며 오늘날 꽃을 보는 이유를 살펴본다.

언제부턴가 꽃은 벗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꽃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꽃이 피고지는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제는 일상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 접근 한다. 꽃 아니었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 피고지는 이치가 사람 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식물에 비해 비교적 긴 생애의 주기를 갖는 사람이 짧게는 한 철 길어봤자 두 해를 건너는 동안에 꽃 피어 열매 맺는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식물의 세계를 통해 사람의 일생을 엿보았다. 꽃의 사계를 보고 지나온 내 시간을 돌아보니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꽃이 벗이었다가 벗이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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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훼영모화
-장지성 저, 안그라픽스

관심사로 우선순위를 다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다. '화조화'라 불려왔던 꽃, 새, 곤충, 풀, 동물과 풍경을 담은 우리 옛그림이 그것이다.

산과 들로 꽃을 찾아다니며 눈여겨 본 모습과 일상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모습을 담은 우리 옛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로의 꽃도 괸심사지만 그것들에 감정이입하고 곁에 두고자 했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잠, 안귀생, 김정, 이암, 사임당 신씨, 신세림과 김시, 이경윤, 이영윤, 김식, 이징, 조속, 조지운, 윤두서, 정선, 심사정, 강세황, 최북, 변상벽, 김홍도, 김정희, 신명연과 남계우, 장승업 그리고 민화

고대에서 조선시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 장지성은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이고, 옛 그림을 따라 그리는 임모臨摸를 하면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그의 시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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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복초'
가까이 있다고는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보고 싶어도 기회를 놓치거나 기호에도 호불호가 있기 때문이다. 꽃 보자고 먼 길 나선 길이지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꽃을 만났다.


작은 개체가 초록의 잎에 초록의 꽃을 피우니 눈에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꽃은 눈에 잘 띄게 마련이다. 벌 나비가 찾아와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꽃은 그것과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주변과 구별이 안될 정도로 숨은듯 피었다.


황록색으로 핀 꽃을 들여다보면 놀랍다. 줄기 끝에 3~5개 정도가 뭉쳐서 피는 꽃이 마치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작기도 하지만 오밀조밀한 생김새도 볼만하다.


연복초, 특이한 이름이다. 복수초를 찾다가 함께 발견되어, 복수초가 피고 진 후에 연이어서 꽃이 핀다고 해서 연복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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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찰리觀物察理 :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핀다
공주에서 나는 밀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정결하고 투명해서 사람들이 보배로운 구슬처럼 아꼈다. 홍길주(洪吉周; 1786~1841)가 그 공주 밀초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불빛이 영 어두워 평소 알던 품질이 아니었다. 살펴보니 다른 것은 다 훌륭했는데, 심지가 거칠어서 불빛이 어둡고 흐렸던 거였다. 그는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이 일을 적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거친 사람은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밀초의 질 좋은 재료는 그 사람의 집안이나 배경이라면, 심지는 마음에 견준다.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 좋고 능력이 있어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으면 밝은 빛을 못 낸다. 겉만 번드르한 헛똑똑이들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사물에 깃든 이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찰리察理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책 '일침一針'에서 정민 선생님이 '관물찰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다. 지난 일요일 하동 화계골 나들이에서 만난 나무를 다루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겹쳐지는 이미지가 있어 찾아보았다.

'나무산조'라는 문패에 담은 뜻이 무엇인지 묻지 못했다. 무엇이든 제 나름대로 해석하기를 즐기는 나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한 단어였다. 나무 조각 하나라도 헛투로 다루지 않은 이의 마음 속을 짐작해보는 즐거움이다. 나무에서 형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깎아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작품으로 가득한 방에서 내려준 커피가 피워올라가는 향의 푸른 빛과 닮았다.

'나무산조' 이곳을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밝은 기운을 전하고자 등을 걸어둔 주인의 마음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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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귓속말
이만근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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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남긴 풍경 속으로 

봄볕엔 특유의 리듬이 있다매서운 겨울의 눈보라를 이겨낸 여유로움과 펼쳐질 앞날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펴는 계절의 속내가 아지랑이의 그것과 닮았다스멀거리듯 피어나는 자잘한 리듬은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가라앉은 마음을 깨워 바람결에 실려 오는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여유로움이 있다.

 

봄볕의 그 리듬과 꼭 닮은 문장을 만난다펼쳐보는 페이지 마다 틈으로 스며드는 봄바람의 설렘이 있고틈과 여백이 주는 여유와 넉넉함이 리듬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닮았다길지 않은 문장을 무리 없이 건너기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저자가 꺼내놓은 속내가 가볍지 않지만 봄날 나들이 하듯 다소 느긋한 발걸음으로 함께 걷기에도 좋다.

 

이만근의 책, ‘풍경의 귓속말이다풍경은 나를 배재하고는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다언 듯 나와는 상관없이 보이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지만 어떤 정경이나 상황이든 산이나 들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이든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풍경이 된다그 속에서 듣게 되는 귓속말은 봄날 아지랑이가 전하는 온기와 닮았다.

 

"사람도물건도옷도마음도말도소설이나 시를 짓기에는 성격상 민망해서최소한의 문장만 남겨진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다애초에 무엇이 되기 위해 꿈꾸지 않았던 기질이 빚은 문장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를 둘러싼 풍경에서 나와 비슷한 또는 나와 다를 무엇인가를 하나씩 들어내다 보니 남은 결정체가 최소한의 문장으로 남아 민낯의 나와 마주하는 순간을 만난다면 이와 같을지도 모르겠다짫은 문장 하나에 넘어져 일어나기까지 봄이 가진 시간을 다 써야할지라도 기꺼이 그 안에 머물고 싶은 것은 계절에서 풍경으로 바뀐’ 이만근의 귓속말이 품고 있는 온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고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는 저자 이만근의 섬세한 마음에 온기 가득한 편집자의 배려가 만나 따뜻한 책으로 태어났다익숙해져버려서 더 이상 온기를 전해주지 못하는 풍경을 새롭고 낯설게 볼 기회를 펼쳐 놓았다책 속에서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사이 봄이 여물어 가겠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들 어떤가누구나 세월이 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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