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春雨
참새 소리가 요란하여 창밖을 내다보니 차분하게도 내리던 비가 멈추었다. 솔가지 사이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참새들의 몸짓이 가볍기만 하다. 며칠동안 새로운 둥지를 짓기 위해 마른 풀잎을 물고 가던 녀석들이었는데 그사이 보금자리가 완성되었나 보다.

짝을 지어 서로를 희롱하는 모습이 정답다. 

봄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라 산과 들을 찾는 발걸음이 저절로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발밑에 돋아나는 풀도 새싹을 내는 나무도 그 사이를 넘나드는 새들에게도 극도로 민감할 때라서 낯선 방문객은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몸짓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처마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도 푸른 꿈을 꾸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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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괭이눈'
큰키나무가 잎을 내기 전 땅에 풀들이 올라오기 전 볕을 받기에 좋은 맨땅에 꿈틀대는 생명의 순간들을 만나는 것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옴싹옴싹 모여 핀 모습이 금방 눈에 띈다. 연한 녹색과 노랑색의 어우러짐이 순하여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제법 넓은 잎이 든든하게 받쳐주니 꽃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도 가졌다.


옆으로 벋는 줄기는 뿌리를 내린 다음 곧게 서서 자란다. 줄기어 털이 없고 잎에 자잘한 결각이 다른 괭이눈과의 구별 포인트다.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 불리는 종류 중 하나다. 애기괭이눈에서 부터 시작된 괭이눈의 눈맞춤이 흰괭이눈과 산괭이눈에 선괭이눈 까지 왔다. 조만간 금괭이눈을 만나면 내가 움직이는 범위에서 본 종류들이다.


먼 길을 나서는 걸음에 주저함이 없다. 이번 나들이에서 만난 귀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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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십이객花十二客

ㆍ상객賞客 : 모란
ㆍ청객淸客 : 매화
ㆍ수객壽客 : 국菊
ㆍ가객佳客 : 서향瑞香
ㆍ소객素客 : 정향丁香
ㆍ유객幽客 : 난초
ㆍ정객 靜客 : 연꽃
ㆍ아객雅客 : 차마
ㆍ선객仙客 : 계桂
ㆍ야객野客 : 장미ㆍ
ㆍ원객遠客 : 말리茉莉
ㆍ근객近客 : 작약芍藥

*중국 '삼여췌필三餘贅筆'에 송나라의 증단백曾端伯의 '화십우花十友'와 장민숙張敏叔의 '화십이객花十二客'이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장민숙이 선택한 열 두 가지 꽃을 화객花客의 내용이다.

꽃을 보고 즐기는 것의 요체를 어디에 두어야할까. 옛사람들은 화품花品이라 하여 꽃의 품격과 운치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그에 따라 꽃의 품계와 등수를 매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설총薛聰이 모란을 화왕花王으로, 장미를 미인, 할미꽃은 백두옹白頭翁에 비유한 '화왕계花王戒'를 시작으로 양화소록을 지은 강희안이 화목의 기호에 따라서 등품을 매긴 '화목구품花木九品'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사람들이 꽃의 품격을 이야기 했다.

꽃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현대인들의 상상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꽃을 꽃으로 보는 것을 넘어 꽃이 벗으로 보이고 벗이 꽃으로 보인다면 사람 사귐의 매 순간마다 꽃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이제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봄이다. 그 봄을 맞이하는 봄꽃나들이에서 기품있어 보이는 춘난(보춘화)를 만났다. 몸을 낮추어 이리보고 저리보며 '화십이객' 중 '유객幽客'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세상 일을 피해서 한가롭게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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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미간(眉間)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이라 부르는 곳에 눈이 하나 더 있다면
나무와 나무 사이
고인 그늘에 햇빛 한줄기 허공의 뼈로 서 있을 것

최초의 방랑은 그 눈을 심안(心眼)이라 불렀다
왜 떠도는 발자국들은 그늘만 골라 디딜까
나무 그늘, 그의 미간 사이로 자라던 허공의 벼

먼 눈빛보다 미간이 좋아
바라보며 서성이는 동안 모든 꽃이 오고 간다

나무가 편애하는 건 꽃이 아니라 허공
허공의 뼈가 흔들릴 때 나무는 더 이상 직립이 아니다
그늘마다 떠도는 발자국이 길고

뒤돌아보는 꽃처럼 도착한 안부, 어느 마음의 투척(投擲)이 당신의 심안을 깨뜨렸다는 것
돌멩이가 나뭇잎 한 장의 무게도 안 되더라는 말은 완성되지 않았다
온전한 무게에 깨진 미간의 기억이 치명적이었다는 소견, 왜 미간의 다른 이름은 명궁(命宮)일까

사람들이 검은 액자를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화염의 칼날이 깨끗이 발라낸 몸, 뼈가 아직 따뜻한데
직립을 잃은 허공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눈인사 없이 떠난
그가 나무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믿지 않는 봄날

투척의 자리에 햇빛의 무늬, 밀려가고 밀려오는

*이은규의 시 '미간(眉間)'이다. 되돌이표가 붙은 악보를 보듯 반복해서 읽는다. "먼 눈빛보다 미간이 좋아/바라보며 서성이는 동안 모든 꽃이 오고 간다" 문장 하나를 건너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아픈 봄날의 하루보다 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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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몇 번이고 그 숲에 들었는지 모른다. 노루귀 꽃잎 떨구면서부터 행여나 소식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없는 짬을 내서라도 숲에 들었다. 지난해 노루귀에 이어 큰 무리가 사라진 후 연거퍼 수난을 당하는터라 생사 확인하는 마음이 불안하다.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 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하나다.


강아지가 먹으면 깽깽거린다거나,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거나 깨금발 거리에 드문드문 피어서라는 등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가지다.


올 해는 가까이에 두고도 멀리가서 이 꽃을 봤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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