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애써 숨는다. 크고 넓은 잎을 가졌으면서도 그늘을 좋아한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무리를 지어 숲을 이룬다. 초록색의 잎 사이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꽃의 모습도 일품이지만 매혹적인 향기가 빼놓을 수없는 으뜸이다.


은방울꽃이라는 이름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 꽃모양이 방울처럼 생긴 데에서 유래했다. 방울 닮아서 은방울꽃이라고 했다지만 거꾸로 꽃을 보고 사람들이 은방울을 만들었다고 봐야 맞는 것은 아닐까.


꽃의 끝부분을 살짝 구부려 올린 소박한 멋이 좋다. 곧 종소리가 울릴듯 싶지만 소리보다는 향기가 먼저다. 이 꽃 역시 초록과 흰색의 어우러짐이 빛난다.


은은한 향이 종소리처럼 깊고 멀리 오랫동안 퍼지는 은방울꽃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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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함민복의 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 서 있다. 안과 밖, 삶과 죽음, 너와 나, 대상과 대상 사이에서 양쪽에 한발씩 걸치고 감당해야하는 설렘과 두려움, 사랑과 미움?그 온갖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 늘 담대하기를 빈다. 발을 옮기는 순간이 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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煮茗香 자명향
呼兒響落松蘿霧 호아향락송나무
煮茗香傳石徑風 자명향전석경풍
아이 부르는 소리는 송나를 스치는 안개 속에 들려오고
차 달이는 향기는 돌길의 바람을 타고 전해오네.

*진각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가 있는 억보산 백운암을 찾아 갔을 때, 산 아래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읊은 시라고 한다.

송나松蘿를 쓴 스님의 모습에는 이미 차향 가득할테니 들고나는 모든 소리 역시 차향이 배어있으리라. 차 달이는 향기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찾아본 글귀다.

꽃이 떨어지는 것은 땅 위에서 한번 더 피려는 것이다. 꽃 떨어진 자리에 바람이 일어 다시 피어난 꽃에 숨을 더한다. 물에도 젖지않은 꽃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그리운이에게 마음을 담아 '헌화가'를 부르기 위함이다

자명향 煮茗香,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헌화가를 부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진 자리에 꽃향기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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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붓꽃'
유독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꽃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사진이 주는 간격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먼 곳에서만 들리던 꽃소식이 눈앞에 펼쳐지지 그야말로 황홀한 세상이다.


작디작은 것이 많은 것을 담았다. 가냘픈 모양도 온기 가득한 색깔도 색감의 차이가 주는 깊이도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다. 여리여리함이 주는 유혹이 강하여 손에 쥐어야할 욕망을 불러온다.


어떤이의 결혼식에서 첫눈맞춤 한고나서 얻어온 꽃이 내 뜰어도 피었지만 아직은 세력이 약하다.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에서 다시 만난다. 정갈한 경내와 잘 어울리는 꽃이라 잘자랐으면 좋겠다.


자명등自明燈일까. 마음자리의 본 바탕이 이와같다는 듯 스스로 밝다. 하룻만에 피고 지는 꽃의 절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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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살고 싶은 선비의 서툰 세상나들이를 위로하는 것이 지는 매화이고,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지고마는 것이 벚꽃이다. 있을때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뒷북치며 매달리다 스스로 부끄러워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면 즈려밟는 것이 진달래다. 일하는 소의 눈망울을 닮은 사내의 커다란 눈에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지는 산벚꽃이고 지극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것이 목련과 노각나무다.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하얗게 불사르고 난 후에도 순결한 속내를 고스란히 간직한 때죽나무와 쪽동백처럼 뒷 모습이 당당한 꽃을 가슴에 담는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희나리 처럼 물위어 떠 있던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먹먹함에 숨죽이고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무덤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가 올 봄에도 이어진다. 매화의 수줍은 낙화로 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는 벚꽃과 진달래, 철쭉으로 이어졌다가 모란에서 주춤거린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에서 다시 시작되어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한 고개를 넘는다. 찬바람 불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나무꽃 지는 모습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숲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서 다시 꽃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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