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봄은 바람이다. 처녀의 연분홍 치마를 휘날리게 하는 꽃바람이 그렇고 아지랑이 넘실대는 들판에서 불어오는 온기 담은 들바람이 그렇다. 무엇보다 봄바람의 최고는 먹먹한 사내의 가슴을 멍들도록 울리는 산벚꽃 향기 담아 산을 내려오는 산바람이 압권이다.
백설희의 곰삭은 봄날도, 장사익의 애끊는 봄날도, 김윤아의 풋풋한 봄날도 무심히 가는 것은 매 한가지다. 비내음을 품은 무거운 공기에 아까시꽃 향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이면 온통 붉게만 피어나던 봄날의 꽃색이 처연한 흰색으로 바뀌며 봄날의 그 마지막 절정에 이른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의 끝자락에 피어 여름으로 안내하는 쪽동백나무 꽃그늘에 아래 섰다. 조심한다는 다짐과는 달리 헛디딘 발 아래 짓이겨지는 꽃무덤이 사그라지며 무심히도 봄날은 간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온다. 그대 너무 애쓰지 않아도 무심히 봄날이 가듯 시름도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