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예술회관 작가지원공모전시

"感應動通감응동통"


ㆍ2020. 5.21(목)~6.14(일)
ㆍ광주문화예술회관 갤러리


내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변화의 형상들이며
그 변화의 형상들은 내 안에 자리한다.

내게 왔던 시간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깊었던 인연들은 사라진 시간 속 어디쯤에 숨어있을까?

오랫동안 바라보던 나무의 맨 몸에 하나 둘 꽃이 피더니,
순식간에 몸 전체가 꽃으로 뒤덮힌다.
아예 나무 자체가 꽃이 되었다.

그래, 시간의 행방이 여기 있었네!
이 꽃이 지면 다른 꽃으로 피면서.

-2020년 봄날, 꽃을 그리다.


*최대주
-2005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개인전
2019 피안의 숲으로(담양 고서갤러리) 외 다수
-단체전
2020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외 다수


*우연히 찾은 갤러리에서 발길을 붙잡혔다. 멀리서 보고 사진인가 싶었는데 그림이다. 관심사인 나무와 꽃이라 더 눈에 띄었는지는 모르나 굉장한 흡입력이 있다. 자작나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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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充實之謂美 충실지위미'
충실充實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하고자 할 만한 것을 '선善'이라 하고, 선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신信'이라 하며, 선이 몸속에 가득 차서 실하게 된 것을 '미美'라 하고, 가득 차서 빛을 발함이 있는 것을 '대大'라 하며, 대의 상태가 되어 남을 변화시키는 것을 '성聖'이라 하고, 성스러우면서 알 수 없는 것을 '신神'이라 한다."

*맹자孟子 진심하盡心下편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선善, 신信, 미美, 대大, 성聖, 신神"의 여섯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 말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美은 무엇일까.

책을 손에서 놓치 않으나 문자에만 집착해 겨우 읽는 수준이고, 애써 발품 팔아 꽃을 보나 겨우 한 개체의 만개에 주목하고,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몰입하나 그 찰라에 머물뿐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게 대상을 한정시켜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나를 맡긴다면 스스로에게 미안할 일이 아닐까?

마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죽순에서 지극한 아름다움을 본다. 죽순은 땅을 뚫고 올라오기 전 이미 다 성장했을 때의 마디를 준비하고 있다. 시간과 때를 알아 뚫고 나오는 힘 속에 아름다움의 근원인 충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해 두해 그렇게 발품 팔아 꽃을 보러다니다 보니 모든 꽃의 아름다움은 그 충실의 결과임을 알게 된다.

애써서 다독여온 감정이 어느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스스로를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한다. 쌓아온 시간에 수고로움의 부족을 개탄하지만 매번 스스로에게 지고 만다. 그렇더라도 다시 충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이기는 힘도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충실充實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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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난초'
봄 가뭄이 심했나 보다. 여름으로 치닿는 숲은 습기 보다는 푸석대는 건조함이 느껴진다. 홀딱 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걷는 숲길엔 이미 나왔어야하는 식물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몇차례 비가 내리고 때를 기다렸다는듯 올커니하고 나타날 신비한 생명들을 기다린다.


한적한 숲에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독특한 꽃모양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지정번호 식-39)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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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하나 이파리 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자기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의 '흔들린다'의 책의 일부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사소한 무엇 하나라도 본질에 이르는 안내자이다.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필 일이다. 흔들림 속에 서 있는 것은 나무나 풀 뿐만은 아니기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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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봄도 끝자락이다.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가 봄의 화려한 꽃향기를 준비했듯 나풀거렸던 봄향기로 맺은 열매는 이제 여름의 폭염으로 굵고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미쳐 보내지 못한 봄의 속도 보다 성급한 여름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짐작되는 변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당면해야하는 폭염 속 헉헉댈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그 숲 속을 걷거나, 숲 속에 서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이 전해준 위안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일이다.

시간의 경계에서 피고지는 꾳들의 일상을 본다. 붉기에 더 붉은 꿈을 꿀 수 있다. 부풀어 저절로 피어날 때를 기다리는 속내를 짐작할 뿐이다. 뜨거워질 세상을 향한 꿈틀대는 생명의 힘이기에 그 출발에 마음 한쪽을 기댄다.

오월 그리고 봄의 끝자락, 시간에 벽을 세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맺힌 것은 풀어야 하듯이 때론 흐르는 것을 가둘 필요가 있다. 물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다. 일부러 앞서거나 뒤따르지 말고 나란히 걷자.

이별은 짧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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