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한눈에 알아본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찾아온 이유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이 그 모습이다.

때를 기다려 올해로 세번째 찾은 세석에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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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에는 미안함 마음이다.

세번째 눈맞춤이라 가는 길도 꽃 앞에 서서도 다소 마음의 여유가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짧지만 시간을 두고 살핀다. 먼저 자리한 이와 처음 본 이가 마음껏 보도록 일부러 먼 곳을 보기도 한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산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기꺼이 멀고 험한길 발품 팔아눈 맞춤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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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풍정'
단오端午날이다. 잔뜩 흐린 하루를 더디게 건너가는 중이다. 굴원의 지조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 뛰고 씨름하는 모습도 찾을 수 없지만 더운 여름을 잘 건너기 위해 스스로에게 뭐라도 하는 날이고 싶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다. 간송미술관 소장 이 그림이 포함된 '혜원 전신첩'은 국보 135호다. 단오, 추천(?韆: 그네타기)놀이를 나온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시냇가에 그네를 매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모습의 단오날을 모른다. 겨우 기억하는 것은 화전놀이 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소란스런 마음뿐이다. 그것도 가물가물?하여, 지금은 사라진 단오날과 같은 정겨운 모습이 몹시도 그립다.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단오선'은 조선시대 단오날 임금이 재상과 시종들에게 하사한 부채를 말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모습,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단오인 오늘, 여름날 벗해줄 적당한 크기의 합죽선 하나 마련하여 선생님 글씨 받아 간직한다면 그나마 조그마한 위안거리라도 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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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의 시 '산'이다. 찾고 품어주는 것은 어딘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어서 일 것이다.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되는 것처럼 산이 되는 그날까지?.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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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등불버섯'
키큰나무들로 숲은 이미 그늘에 들었다. 나도제비란을 보기 위해 들어간 숲에서 보았던 이 노랑빛을 내는 이상한 녀석을 만나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데 지난해 그곳과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줄기와 머리가 확연이 구분된 모습에 노랑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길어봤자 손가락 크기만 한 것들이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 썩은 나무 둥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치 콩나물이 자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터넷 검색으로 같은 모습의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이름을 '습지등불버섯'이라고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DB에도 검색되지 않는다. 습지에서 자라고 등불을 켜놓은 모습이 연상되기에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처음 본, 더구나 알지 못하는 대상의 이름이라도 알아보려고 이곳저곳을 기웃대는 동안 신비로운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숲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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