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옥잠화'
옥잠화를 닮았다고 나도 옥잠화다. 옥잠은 ‘옥으로 된 비녀’다. 꽃 모양이 이 비녀를 닮았다. 나도옥잠화는 옥잠화의 잎이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넉넉한 잎의 품과는 달리 가느다란 꽃대를 길게 올렸다. 그 끝에 몇개의 꽃을 모아서 피운다. 수수하고 소박한 맛이 넓고 큰 잎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먼길을 나서서 높은 곳에 올라서야 본다. 반질반질한 느낌의 돌려나는 잎이 고와서 주목했다. 잎만 보고 꽃지고 난후 꽃대만 보고 꽃 핀 완전한 모습을 보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렇게 만난 꽃 주변을 맴돌며 한참을 머무렀다. 때를 기다려 일부러 찾은 보람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거울과 먹줄
"선비는 마음을 거울처럼 밝게 하고, 몸 단속을 먹줄처럼 곧게 지녀야 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로 더렵혀지기가 쉽다. 먹줄은 곧지 않으면 나무가 굽게 되기 일쑤다. 마음은 밝지 않으면 욕심에 절로 가려지고, 몸에 규율이 없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겨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또한 마땅히 닦아야 하고 곧게 해야만 한다."

"士子明心如鑑, 律身如繩. 鑑不磨則塵易汚, 繩不直 則木易曲. 心不明則慾自蔽, 身不律 則惰自生. 治心身, 亦當磨之直之."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열여덟 살에 쓴 무인편戊寅篇에 나오는 글이다. 무인편은 그해 겨울 삼호의 수명정에 살면서 스스로 경계로 삼고자 쓴 서른여덟 단락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 모음이다.

당시 열여덟이면 이미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세배 이상의 나이를 먹은 오늘의 나와 비교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밝고 맑은 마음으로 스스로 정한 규율에 몸의 게으름을 경계하고자 하는 일이 어찌 나이와 상관 있겠는가.

맑고 밝아 그 곱고 순박하기가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하는 함박꽃나무다. 이 꽃과 눈맞춤 하고자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산다면 아찔해진 정신을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 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7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의 시 '7월'이다. 일부러 구분할 이유도 없지만 한해의 절반을 건너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건너가야할 시간을 챙기기 위해서다. 여름날 한복판의 7월이 건네는 안부가 고맙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유월, 그 황홀한 숲에 들었다. 이른 시간 숲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안개세상이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축축한 습기는 높은 고도로 인해 상쾌함을 품었고 느긋하게 걷는 이의 얼굴에 닿는 느낌은 설레임을 동반한다. 아직은 더위가 비켜있는 6월의 그 숲이 좋다.

계곡 돌틈에 떨어진 꽃잎 위의 빛, 정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 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씨를 뿌리면서 부터 시작된다. 새 순은 언제 돋는지, 하루에 얼마나 크는지, 꽃봉우리는 언제 맺히는지, 이번엔 무슨 색으로 필지, 아침이슬을 이는지, 비 무게는 견딜 수 있는지, 바람이 불때는 얼마만큼 고개를 숙이는지 혹여 가뭄에 목은 마르지는 않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나서부터는 키만 키우고 부실해 보이는 꽃대가, 무게를 더하며 자꾸만 부풀어 가는 꽃붕우리가, 벌어지는 꽃봉우리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지, 활짝 핀 꽃은 며칠이나 갈지, 맺힌 씨방엔 꽃씨가 얼마나 담기는지?.

다?. 감당할만큼씩만 스스로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잊고서 의심스런 눈길을 보낸다. 

늦둥이 개양귀비가 절정에 이르렀다. 꽃술의 품에 안겨 속내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씨방에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명이다.

다음 생은 이 생과 떨어져 있지 않고 내일이 오늘 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내게 왔나보다. 어제와 내일이 오늘 이 순간에 공존한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오늘의 나를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