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란'
여름 꽃을 보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제철을 만난 모기다. 특히, 습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을 만날때는 준비물도 필요하다. 지난해 유독 모기가 많았던 기억에 그곳에 들어서며 마음 다짐이 달라진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 황홀한 색이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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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 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 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가 가득 피어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허연의 시 '오십 미터'다. 우기에 접어든 때 연일 비가 내린다. 잠깐 볕이라도 난다면 우중충한 기분을 말리기라도 할텐데?.마음이 가난한 소년이기에 바위채송화가 가득 피어있는 길에서도 놓지 못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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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숲이다. 바위를 미끄러지는 경쾌한 물소리에 나뭇잎 건드는 바람결이 닿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좋다. 익숙한 풍경이 주는 아늑함으로 더할나위 없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면 무더운 여름을 건너가는 것이 더디다고만 탓할 이유 또한 없다.

누구의 흔적일까. 노각나무 떨어진 꽃이라도 보고자 들었던 숲길에 살며시 놓인 깃털 하나에 발걸음을 멈췄다. 주변에 혼란스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머리 위 나무가지에서 밤을 건너간 누군가가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붙잡힌 걸음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아애 주저앉아 흐르는 물에 손이라도 씻어본다. 꽃이야 다음에 봐도 되고 못본들 또 어떠랴. 각인된 기억이 꽃을 다시 찾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곳으로 불렀던 마음 속 그꽃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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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꽃풀'
한번 봤다고 이번 걸음은 한결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다. 눈에 익혀둔 곳으로 들어서자 시선은 한쪽방향으로 향한다. 무리지어 핀 녀석들과는 슬쩍 눈인사만 하고 당당하고 의젓하게 홀로 피어 숲을 지키고 있는 개체를 주목하고 그윽한 눈맞춤을 한다.

키큰나무들 우거진 계곡 옆 비탈면에서 가냘픈 꽃이 실바람에 흔들리며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다. 초록의 그늘 아래 빛나는 하얀색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꽃이 피는 가지가 실처럼 가늘다. 이름을 짐작케하는 모습이다. 실마리꽃으로도 불린다. 작고 여려보이지만 곧은 줄기에서 전해지는 모습은 숲의 주인으로써의 당당함이 보인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는데 가까이서 지켜본 이의 말에 의하면 의외로 강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라고 한다. 내년을 기다리게 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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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7-1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꽃풀 실마리꽃 어떻게 불러도 예쁜 이름이네요. 늦은 밤 무진님의 살가운 소개글이 사진과 함께 마음에 와닿아 위로를 받는 느낌입니다
 

통째로 저버리는 꽃처럼
생을 놓아버린 이의 마음자리에 
두손 모아 평안을 빈다.

통곡하듯 울던 하늘이 마알갛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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