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흔하게 만나는 서양이 있으면 드물더라도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제주도 바닷가에서 두번째 만난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거문둘 틈에서 피니 더 돋보인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붙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랑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몇개 얻어왔다. 뜰에 심어서 살펴보는 재미를 누리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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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곳에 국립민속국악원이 있고 질이 담보된 공연이 있어 자주 갔다. 우연히 그곳 예술감독으로 여러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지기학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이후 선생님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면 일부러 공연장을 찾아다니기도 했고 우연히 찾은 공연장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판소리와 창극을 더 달 이해하기 위해 판소리 대본집을 구해 읽기도 했고 공연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 판소리와 창극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 중 선생님의 작품을 봤던 영향이 크다.

*지기학 창극연희 대본집
ㆍ춘향실록
ㆍ동리
ㆍ빨간 피터 이야기

소중한 기회를 만나 대본집을 얻었다. 귀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만날 기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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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일

사람의 일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데 강물의 일에는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강물을 보고 기겁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총구를 떠난 총알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강물은 어떤 것과도 몸을 섞지만 어떤 것에도 지분을 주지 않는다. 고백을 듣는 대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강물의 그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강물은 상처가 많아서 아름답고, 또 강물은 고질적으로 무심해서 아름답다. 강물은 여전히 여름날 이 도시의 대세다.

인간은 어떤 강물 앞에서도 정직하지 않다. 인간은 어떤 강물도 속인다. 전쟁터를 누비던 강에게 도시는 비겁하다. 사람들은 강에게 무엇을 물어보든 답을 들을 수는 없다. 답해줄 강물은 이미 흘러가버렸기 때문이다.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일
여름날 강이 하는 일

*허연의 시 '강물의 일'이다. 결코 물러서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강물은 어떤 것과도 몸을 섞지만 어떤 것에도 지분을 주지 않는다. 고백을 듣는 대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강물의 그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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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란'
가던 차를 급히 멈추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꽃을 봤기 때문이다. 수차례 섬 나들이를 하면서도 때를 맞추지 못해 실체를 보지 못했던 꽃이다. 길가에 핀 꽃일지라도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르기에 마음이 급해서다.

순하다는 느낌이다. 가느다란 꽃잎의 색감이 주는 순박함에 향기까가도 순하고 깊게 퍼진다. 길쭉한 잎에 그 잎을 닮아 가느다란 꽃잎이 서로 어울려 전체 모양을 이룬다. 녹색의 잎과 하얀색의 꽃잎이 서로를 빛나게 한다. 우산을 펼치듯 핀 꽃이 우뚝 솟아 멀리까지 향기를 전하고 있다.

제주도 그것도 토끼섬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이 꽃 문주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궁금한 이유는 순전히 가수 문주란 때문일 것이다.

"집어 던져도 싹이 난다는 문주란처럼
술 주사 남편이 마당으로 집어던져
온 몸에 문주란 이파리 같은 멍 자국
쑥쑥 자라나도
우등상장 받아오는 아들 학이가
학처럼 날아오르는 날 있을 거라며
재봉틀 굴리던 학이 엄마"

*서대선의 시 '문주란 꽃 피다'의 일부다. 학 같은 꽃에 그윽한 향기로 더운 여름날을 무심히 건널 수 있기를 학이 엄마의 마음에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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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다'
거칠것 없이 쏟아내던 하늘도 쉴 틈은 있어야 한다는듯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밤사이 남은 숨을 내놓는다. 얼굴을 스치는 는개는 차갑다. 밤을 길게 건너온 때문이리라. 

짠물을 건너 검은 돌 틈 사이에서 만난 벌노랑이다.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벗들이 제각기 모습대로 서성대는 시간이다. 좋은 벗을 곁에 두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 꽃과 서로 다르지 않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이처럼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렇게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그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이 느낌은 그냥 오지는 않는다. 관심, 애씀, 견딤, 기쁨, 성냄, 울음, 외로움, 고독 등?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고를 건너고 나서야 얻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뿌듯함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그렇게,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도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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