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호곡장론’에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낸다"고 했다. 슬퍼서 우는것 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연암에 따르면 울음은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소이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요?"
요동벌판의 장대함에 기대어 울어볼만 하다는 연암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사내가 기대어 울어도 좋을 것이 하나 또 있다.
막힌 가슴을 뚫어버릴 듯 장쾌하게 쏟아지는 빗속이 그것이다. 이런 비는 소리까지 맑고 개운하여 멍울진 가슴을 풀어버리에 딱 좋은 구실을 제공해 준다. 비의 장악이라도 두른듯 세차게 쏟아지는 비 앞에 서서 빗소리 보다 더 큰 울음을 토하고 나면 연암이 호곡장론을 지은 까닭을 알만도 하다.
맺힌 마음 이제는 풀어도 된다고 비가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