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臨鏡贊
멀리서 바라보면 곱기가 부귀한 사람 같은데 다가서서 살피면 비쩍 말라 산택山澤에 숨어 사는 피리한 사람 같다. 이마와 광대뼈는 시비와 영욕의 처지를 잊은 듯하고 낯빛은 온화해서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사물을 해칠 뜻이 없는 것 같다고들 한다. "광대뼈의 솟은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라고 한 것은 민사문閔斯文이 내 관상에 대해 말한 것이고, "눈동자의 정채가 사람을 쏜다."라고 한 것은 조학사趙學士가 내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약해서 말조차 타지 못하건만 사람들은 내게서 진晉나라 정남대장군征南大將軍 두예杜預를 기대하려 든다. 용모가 세상을 움직이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나를 '태현경太玄經'을 지은 한나라 양웅楊雄 처럼 본다. 내가 두 손을 모으고 천천히 보폭을 짧게 해서 걷는 것을 본 사람은 염락의 어진 이(주돈이와 정호ㆍ정이 형제)를 본뜬다고 의심하고, 내가 형상을 잊은 채 멍하게 앉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장자莊子와 열자列子의 현묘함을 엿보려는 것으로 의심한다.
아! 내 일곱 자의 몸뚱이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있지만 한 치 되는 내 마음을 아는 자는 누가 있을까?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 벗으로는 덕중德重 임상정林象鼎이 나를 칠팔 분쯤 알고 선배 중에서는 치회稚晦 조현명이 나를 오륙 분쯤 안다. 노자는 "나를 알아주는 자가 드물면 내가 귀하다."라고 했다. 아! 한 사람 조구명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조구명趙龜命(1693~1737). 18세기 조선 영조 대에 활동하며 문장 팔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조구명이 20대 초반에 자신의 모습을 본 후 쓴 글이라니 믿기지 않은 자기성찰로 읽힌다.
"너 누구니?"
거울을 보지 않고 산지 오래다. 그 흔하다는 셀카도 찍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면허증 갱신을 위해 찍은 증명사진을 받아 들고 놀라서 한 말이다. 그렇게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라는 말에서 주춤거린다. 하늘이 나를 아는 것이야 속속 들여다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나를 얼마나 알까. 더욱, 나를 아는 이는 누구일까? 자발적으로 사회적 단절을 하며 제 마음 편한대로 살고자 하는 이가 스스로를 돌아 본다.
수막새 표정을 보며 살그머니 번지는 미소는 어쩌면 알 수 없었던 속내를 들킨 것이 아닌가 해서다. 거울 보듯 너를 통해 나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