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달라졌다. 바람이 전하는 풀 베는 냄새로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습기를 버린 바람 덕분이다.

열매를 영글게하는 볕과 열매와 열매 사이를 넘나들며 분주히 이웃의 소식을 전하는 바람의 활약이 필요한 때다. 그 바람에서 전해진 가을의 걸음걸이 모습이 무엇을 담고 어디쯤에서 주춤거리고 있는지 짐작되는 바가 있다.

아랫마을 보다 가을을 먼저 맞이한 산 정상에서는 이슬방울을 단 산오이풀이 반긴다. 구름과 안개의 품에서 바람이 전하는 가을은 이미 구절초를 함께 피웠다.

산정山頂에서 담아온 가을 바람을 눈앞에 슬그머니 펼쳐놓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20-09-0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바람의 온도가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마음을 무진님 사진으로 한번 더 느끼게 되네요.

무진無盡 2020-09-09 19:17   좋아요 0 | URL
벌써 그렇지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넉넉한 가을 맞이하세요~
 

'백로白露'
이날 이후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점으로 삼는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움이 많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픔이 많다"라고 한다. 백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이다. 혹, 머리 반백에 슬픈 모습을 한 남자를 보거든 다 가을 탓인가 여겨도 좋으리라.

태풍 "하이선'의 숨이 거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모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피던 집단으로 모여 피던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 그곳은 풍성한 모습이어서 좋았다.

몇해에 걸쳐 그곳을 찾는다는 이들을 만나 들어보니 올해의 생육상태가 가장 좋았다고 하면서 놀란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올해 이곳을 찾은 것은 꽃이 불러서 온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볼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솔나리'
남덕유산(1507m)으로 기억되는 꽃을 가야산에서 만났다. 매해 오르는 가야산(1430m)은 가히 천상의 화원, 딱 그 모습으로 반겨주었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나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아낙네의 부끄러움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긴 장마끝 무더위가 시작되는 어느날 이른 아침 불현듯 피었다가 한나절도 지나기 전에 시들어졌다. 고개 숙인 모습이 이토록 애처러운 것은 피었던 때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까닭이리라.

짧은 순간을 화려하게 살았다. 무너지는 것 역시 한순간이다.

체념일까. 좌절일까. 고뇌하는 모습으로 읽히는 것은 내 안의 무엇이 반영된 결과이니 결국, 나를 돌아볼 일이다.

매 순간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