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하동 평사리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오른다. 좁은 골목의 경계를 짓는 돌담장이 이쁜 곳이라 갈 때마다 눈길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그 돌담장에 기대어 화사하게 핀 분꽃을 만났다. 접시꽃이랑 봉숭아 채송화와 더불어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꽃이다. 장독대나 담장 밑에 옹기종기 모여 핀 그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맺힌 씨앗을 조심스럽게 몇개 담아왔다.

꽃은 오후에 피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시든다. 색도 다양하여 노란색, 백색, 분홍색 등이 있다. 기억 속에는 진한 핑크색이 많았는데 여기도 다양한 색으로 피었다. 심지어 한 꽃 안에 두 가지 색이 반쯤 섞여 피는 것도 있다.

분꽃이라는 이름은 씨의 씨젖이 분가루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씨를 가루를 내어 얼굴에 바르는 분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이름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겠다. 소심,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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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나리'
불갑사 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길을 가다 이 꽃을 처음 만난날 우뚝 선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에 같은 꽃 하나도 없지만 어찌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동안 널 다시 보기 위해 숲을 다니면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눈맞춤 한다. 무더운 여름을 건너 숲 속 그늘진 곳에서 곱게도 피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뒷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이기에 더 반갑다.

2년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씨앗을 받아와 습기 많고 그늘진 곳에 뿌렸다. 몇개체 싹이 니더니 올해는 제법 커서 꽃도 피웠다. 씨앗으로 번식도 어렵지 않다. 올해는 내 뜰에서 마음껏 본다.

뻐꾹나리는 이름이 특이하다. 모양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색도 특이하다. 이 색이 여름철새인 뻐꾸기의 앞가슴 쪽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뻐꾹나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 붙인 이의 속내가 궁금하다. 뻑꾹나리라고도 부른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못할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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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겹으로 쌓이니 그곳에 서늘함이 머문다. 촘촘함이 허락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그늘에 선명함이 더해진다. 

좌우를 가르며 난 길을 따라 그늘의 품 속으로 든다. 적당한 어둠이 주는 아늑함이 안도감으로 이끄는 길은 너그러움이 있다. 

서로를 품어줄 틈이 있어야 비로소 경계境界다. 하여,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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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늦여름 더위로 지친 마음에 숲을 찾아가면 의례껏 반기는 식물이 있다. 곧장 하늘로 솟아 올라 오롯이 꽃만 피웠다. 풍성하게 꽃을 달았지만 본성이 여린 것은 그대로 남아 있다. 키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꽃이 주는 곱고 단아함은 그대로다.

연분홍색으로 피는 꽃은 줄기 윗부분에서 꽃방망이 모양으로 뭉쳐서 핀다. 흰꽃을 피우는 것은 흰무릇이라고 한다. 꽃도 꽃대도 여리디여린 느낌이라 만져보기도 주저하게 만든다.

어린잎은 식용으로, 뿌리줄기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비늘줄기와 어린잎을 엿처럼 오랫동안 조려서 먹으며, 뿌리는 구충제로도 사용하는 등 옛사람들의 일상에 요긴한 식물어었다고 한다.

꽃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듯 초록이 물든 풀숲에서 연분홍으로 홀로 빛난다. 여린 꽃대를 올려 풀 속에서 꽃을 피워 빛나는 무릇을 보고 '강한 자제력'이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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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의 시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다. 미루지 말아야 할 말이 있듯이 때론 미루어 두고 한 템포 쉬어야 할 태도 있다. 가슴 속으로 곱씹어 익히고 걸러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무엇, 오늘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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