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깊어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예상과는 다른 의사 선생님의 말로 다소 허탈한 마음을 또한 다독여야 했다. 여문 단풍 잎이 여전히 나무를 붙잡고 있는 고개를 넘고 국도변에서 감과 사과를 파는 농부의 마음까지 담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을 넘는 그림자의 분주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지만 붉어진 나무를 품어 함께 붉어진 물그림자를 외면할 수가 없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위태로움 보다 더 조심스러움으로 건네는 마음자리들이 조그마한 호숫가를 서성이고 있다. 백학봉의 속내를 짐작이라도 한다는듯 다독이는 잔물결이 오히려 크게 운다.

시간을 겹으로 쌓아가는 건물과 세월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갈참나무를 닮아 나이테를 곱게 새겨가는 사람을 두고 느린 걸음을 걸었다.

백양사에 두고 온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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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을 증명하려는 듯 는개비가 내린다. 기찻길과 벗하며 섬진강 닮은 국도를 따라 구례구역 방향으로 느긋하게 차를 몰다 저절로 멈춘 곳이다.

오래된 나무는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천지 차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그 품에 들었다. 만만찮은 품이 쌓아온 세월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할만한데도 근처엔 나무와 관련된 그 무엇도 없다. 그나마 검색으로 어렵사리 추정 나이 500살 이라는 것만 알뿐이다. 둘레를 알아보기 위해선 두팔 벌린 어른 7~8명은 족히 필요해 보인다.

11월 첫날을 여는 날, 여전히 청춘의 시간을 살고 있는 느티나무의 품은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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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향기를 기억하는 몸은 어김없이 고개를 돌려 눈맞춤 한다. 맑아서 더욱 짙은 향기에 비가 스며들어 더욱 깊어지는 속내가 가을이 여물어가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은 진한 초록잎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꽃의 크기에 비해 꽃대가 다소 길게 밀고나와 다소곳히 펼쳤다. 하나로도 충분한데 옹기종기 모여 더 확실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환상적인 색에 달콤한 향기 그리고 푸르름까지 겸비한 이 나무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금목서'는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목서의 변종이다. 꽃은 9~10월에 황금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두터운 육질화로 짙은 향기가 있다. 목서의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꽃으로 술을 담가 마신다.

다소 과한듯 향기가 진하면서도 달콤함까지 전하는 금목서는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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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꽃나무'
가을로 접어드는 때 산과 들에서 만나는 층꽃나무의 연보랏빛은 언제 보아도 반갑다. 어디선가 왔을 층꽃나무가 뜰에서 꽃을 피웠다.

층을 이루며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제법 많다. 봄철 층층나무를 비롯하여 층층잔대, 층층이꽃, 산층층이꽃, 층꽃풀, 층꽃나무 등이 그것이다.

자줏빛이나 연한 분홍색 더러는 흰색으로 피는 꽃이 층을 이루며 많이 모여 달려 핀다. 자잘한 꽃들이 촘촘하게 붙어 둥근 원형을 만들고 핀다. 층층으로 핀 꽃 무더기가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층꽃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풀처럼 보이나 나무로 분류된다.

가을 초입 보라색의 이쁜꽃에 눈길을 주는가 싶었는데 이내 꽃이 지고 만다. 이쁜 꽃은 빨리 진다지만 그 아쉬움을 '허무한 삶'이라는 꽃말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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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쏟아내던 비도 멈췄다. 하늘은 미적거리며 드러내야 할 속내가 있는 듯 스산한 바람과 함께 어둡고 흐리다. 비 오면 차가워져야 할 날씨가 봄날의 온기다. 계절과는 어긋나 보이니 어색하기만 하다.
처마 밑 곶감이 수난을 당한다. 바람의 리듬 사이로 볕의 온기를 품고 특유의 색과 맛을 잉태하던 곶감이 흠뻑 젖었다. 다시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할 볕을 기다린다.
살랑거리는 바람의 위로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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