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린다. 해와 바람의 기운을 품고 시간을 쌓아왔다. 때를 정한 외부요인의 행위가 적절했는지는 묻지 못한다. 쓰임이 달라졌으니 그 일에 충실할 뿐이다.


단정하다. 주인의 마음가짐이 이러하다면 다른 때를 기다리는 일도 기꺼이 받아들일만 하지 않을까. 자신을 버려 다른 생명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와 바람이 나눠준 덕분에 품을 키웠으니 온전히 내 것만은 아니었던 것을 이제는 형태를 바꿔 나눔한다.


내 안의 온기가 온전히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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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
그늘진 곳에 제법 넓은 범위로 남아 있는 눈이 반가워 발걸음을 옮겼다.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곳은 이미 고양이를 비롯하여 여럿이 흔적을 남겼다.

발모양과 걸음걸이도 짐작이 되지만 딱히 주인공은 알 수 없다. 누군지는 모르나 매우 조심스럽게 지나간 것은 알겠다.

그 옆에 발자국 하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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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맑은 새 한마리..."

유인遊印, 하나를 얻었다. 미소가 절로나는 앙증맞은 모습에 손에 쥐고 뿌듯한 마음이다. 딱히 용도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곳에 인印할 때마다 먼곳으로부터 기다리던 소식이라도 듣는 듯 온화한 미소와 함께하리라는 것은 안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이다. 아직 산을 넘지 못한 매향梅香은 나를 불러들이지 못하지만 급한 마음에 위로를 전하려고 새 한마리 매화나무 가지에 앉았다.

매화 피었다고 소식 전하는 전령 삼았으니 알아 듣는 벗들은 이내 마음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새날 새로운 마음으로 매화나무 아래서 아회雅會를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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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마음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 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진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곽재구의 시 '마음'이다. 누구나 형태와 장소는 다를지라도 `그곳`은 마련해 두고 있다. 간혹 방치하는 일이 있어도 언제라도 닦으면 빛날 자리라는 것은 안다. 그 자리에 그대가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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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소망이던 붓을 잡았다. 13회차, 부자연스러운 몸으로 길지 않은 수업을 짧지 않게 보냈다. 그 과정을 이수한 기념으로 붓이 하나 생겼다.

매일 붓을 잡는다. 책장 앞에 작은 서안을 놓고 주변에 먹물과 벼루를 대신할 접시를 놓았다. 우연하게 얻은 큰벼루를 둘 곳이 마땅찮은 이유지만 맞춤한 접시니 그것으로도 되었다. 서안 위에 종이를 놓고 문진으로 있는 누른 뒤 붓을 드는 그 순간의 단정함이 좋다.

받아둔 채본이 제법 되니 앞으로 일용할 양식인 샘이다. 손과 붓이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과정을 낙으로 삼기로 했으니 순리에 따르면 될 것이다.

볕 좋은 오후 묵향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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