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도 정치다 - 손종업 산문집
손종업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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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도 정치다
-손종업, 소명출판

새들이 날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는 책 표지를 한참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 펼쳐든 머릿말에서 얻은 것이 다음 문장이다.

"침묵에는 제로의 개념이 있는 반면에 고요는 소리들과 주체가 절제와 리듬 속에 생동하는 상태"

페이스북에서 간혹 만나는 저자의 글은 시간을 일부러 잡아두고서 읽어서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읽었던 문장을 되돌아 가서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그 수고를 기꺼이 감내하면서도 놓치지 않았다.

어느날 문득 '고요도 정치'라는 책 출간을 알리기에 기다렸다 냉큼 손에 들고서 그야말로 느긋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되돌아가야 하는 문장이 많기도 하지만 저자가 말한 '고요'의 정의를 내 일상과 사고 속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내 일상의 반영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침묵이 아닌 고요'에 주목한다.

*저자 손종업은 '선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문학이후연구소를 꾸려 ‘이후’라 불리는 시대에 지난날에 문학이 맡았던 소중한 역할들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저서로는 '극장과 숲', '문학의 저항', '전후의 상징체계', '분석가의 공포' 등이 있다. '고요도 정치다'가 첫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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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하는 기대는 늘 부풀어 오른다. 아직까지 내겐 오면 반갑고 오지 않으면 서운한 것이 눈이다. 밤사이 대지를 덮기에 충분한 눈이 내렸다. 바람이 잔잔하고 볕이 좋아 춥지 않게 눈이 그려놓은 그림 속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몇번의 혹독한 추위가 더 찾아올지 모르지만 이미 기운은 봄을 향해 급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긴 겨울을 건너느라 애쓰는 이끼에 볕이 들어 다독이고 있다. 겨울 숲속, 땅 속엔 꿈틀거리는 생명들의 힘찬 움직임이 있고 땅 위엔 여리디여린 생명의 기특함을 어루만지는 온기 가득한 볕의 손길에 있다.

초록이 빛을 만나니 서로 마주하는 경계에서 생명의 찬란함이 가득하다. 경계에서 만나 온기를 나누며 서로를 빛나게 하는 자연의 기운을 닮고자 애써 겨울 숲으로 간다.

서로를 품는 어울림만으로도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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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꽃 혼자 보기 아까워 매향 가득한 꽃그늘 아래를 서성입니다. 굴뚝새가 향기를 품고 떠나는 순간 납월홍매 한송이가 툭 발끝으로 떨어졌습니다. 향기를 품고 떠난 새도 나무 아래를 서성이는 내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요. 그대 계신 곳을 향하여 찻잔에 올려두고 합장합니다.

간다는 기별도 없었지만 마중하는 마음은 이미 꽃으로 피었습니다. 춘삼월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에 납월 추위 속에서 향기를 건네는 이유라지요.

일찍 핀 금둔사 납월홍매는 이미 빛을 잃어가고 새롭게 벙그는 꽃봉우리는 많이 있더군요. 피고 지는 그 빈자리에 은근한 향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오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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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마음의 깃을 열어 봄볕을 품는다.

*글씨는 야암 안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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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청매화

다른 길은 없었는가
청매화 꽃잎 속살을 찢고
봄날도 하얗게 일어섰다
그 꽃잎보다 푸르고 눈부신
스물세살 청춘
오늘 짧게 올려 깎은 머리에서
아직 빛나는데
네가 좋아하는 씨드니의 푸른 바다도
인사동 네거리의 생맥주집도 그대로다
그 사람 떠나고 다시 꽃 핀 자리마저 용서했다더니
청매화 꽃잎 꿈결처럼 날리는, 오늘
채 여물지도 않은 솜털들을
야무지게 털어내다니
정말 다른 길 없었느냐
새벽이면 동학사로 떠날
이른 봄 푸른 이끼 같은 아이야
여벌로 더 장만한 안경과
흰 고무신 한 켤레 머리맡에 챙겨놓고 잠든
너의 죄 없는 꿈을 마지막으로 쳐다보다
눈부시도록 추울 앞날을 위해
이 봄날, 떨리는 손으로 투툼한 겨울 내복 두 벌
가방 깊숙이 몰래 넣었다

*박규리의 시 '청매화'다. 비로소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다소 더디더라도 잊지 말아야할 의식이다. 봄의 문턱을 넘는 마음자리에 무엇을 놓아야 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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