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싹이 튼다는 때다. 마침 눈이 와 주춤거리는 봄의 속내를 다독이고 있다.

소복히 쌓인 눈이 포근하다. 차가움 보다는 온기로 다가오는 눈이다. 물 오를 나무에 눈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하늘의 넉넉한 마음이 수백년을 살아온 느티나무의 배경이며 힘의 근본이다.

그 나무 품에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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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죽 한 사발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박규리의 시 '죽 한 사발'이다. 마음 속 숨겨둔 온기가 저절로 넘치토록 따뜻한 죽 한 사발을 나눔합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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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분梅花盆을 들였다. 년초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기꺼이 길을 나섰다가 구해온 매화분梅花盆이다.

부풀어오르던 꽃봉우리의 속내가 보일즈음에서야 홍매란 것을 알았다. 마침내 핀 꽃이 과하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다. 겹으로 피어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더 부끄러운듯 수줍은 자태가 역역하다.

聞道湖邊已放梅 문도호변이방매
銀鞍豪客不會來 안혁호객부증래
獨燐憔悴南行客 독련초췌남행자
一醉同君抵日頹 일취동군저일퇴

듣자하니 저 호숫가에 매화 이미 피었으나
흰 안장 호방한 객이 아직 오지 않았다오
가엾어라 초라한 이몸 남으로 가는 길이니
임과 함께 한번 취해 저무는 것도 모르련다

*퇴계 선생의 매화 시 8수 중에 두번째 시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 안동으로 귀향할 뜻을 굳히고 한강변 망호당望湖堂에서 쓴 시라고 한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는 선생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선생이 뜻을 두고 매화분을 가꿨던 마음자리 한구석을 짐작만할 뿐이다.

유독 곱던 매화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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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

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섬진강 매화를 시작으로 복수초와 납월홍매 까지 봤으니 꽃나들이로는 순항 중이다. 여기저기 앞다투어 피는 이른 봄꽃들이 난리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동백의 붉음에 매화의 향기가 주는 매력을 모두 가진 꽃이 납매다.

 

내 뜰에도 이 열망을 담아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네해째다. 올해는 제법 많은 꽃망울을 맺었다. 언제 꽃을 피울지 모르나 꽃을 품고 망울을 키워가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한다.

 

납매도 종류가 제법 다양한가 보다. 납매, 소심납매(素心蠟梅 : 루테우스), 만월납매, 구아납매(狗牙蠟梅 : 그란디플로루스), 프라그란스, 아우나넨시스(운남납매) 등이 있다고 하는데 소심납매와 구아납매는 확인 했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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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굽은 화초

베란다 화초들이
일제히 창을 향해 잎 뻗치고 있다
그늘에 갇혀서도
악착같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는 것 오직 한 가지인 생활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눈이 없어도 분별해내는 밝음과 어두움
단단한 줄기 상처로 굽힐 줄 아는 마음
등 굽은 화초, 휘어진 마디마디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집 배어 있다

*박규리의 시 '굽은 화초'다. 볕에 대한 갈망이 봄만큼 강렬할 때가 있을까.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작고 낮게 피는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이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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