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언덕에 꾸물거리며 올라온 노루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심스런 발걸음은 이내 멈추지만 눈은 바삐 움직인다. 문득, 눈에 들어온 모습 하나에 숨소리까지 멈춘다.

月沈沈夜三更 월침침야삼경
兩人心事兩人知 양인심사양인지

달도 침침한 밤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조선사람 蕙圓 申潤福 혜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의 화제다.

뜬금없이 이 화제가 떠올랐다. 한번 든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숲 가장자리를 느린 걸음으로 한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서도 눈맞춤하는 시간은 한정이 없다. 봄의 속내는 이처럼 분홍인가도 싶다.

다정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너도바람꽃'

추위도 무릅쓰고 화려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의 위용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봄바람 살랑이듯 다른 꽃이 피었다. 이 꽃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을 찾았다. 그때보다 제법 더 큰 무리를 지어 피고 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란다. 다른 바람꽃들의 단정함에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유분방하다. 꽃 모양도 자라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이라 어디에 눈맞춤할지 난감하다.

 

삐뚤빼뚤 자연스런 하얀색의 꽃받침과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겨울 영역에 속한다면 너도바람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라고 하여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한다.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의 리듬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듯 살랑거리는 계곡에서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 풀어지듯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을까.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경칩驚蟄이다.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절기다. 개구리야 진즉 나왔으니 잘 적응했을 테고 새로 나온 싹들도 볕을 향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봄이 봄 같지 않은 것은 계절 탓이 아니다. 움츠러든 마음이 미처 봄을 안지 못하기에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넓어진 거리만큼 자연을 들이면 어떨까 싶다.

안개의 포근함으로 하루를 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루귀1'

이른 봄을 기다리게 하는 꽃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 꽃을 보는 대에도 우선 순위와 주목하는 정도가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탓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꽃은 결국 드러내기 위해 핀다. 어떻게 하면 더 돋보여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에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코 숨어서 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사람의 발길과 손길에선 벗어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노루귀는 뽀송뽀송한 솜털이 꽃과 함께 더 매력적이게 보이는 포인트다. 꽃에 대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노루귀에서 털을 뺀다면 다소 심심한 모양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노루귀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기도 한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나오는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세히 보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아주 절묘한 이름이라 여겨진다.

 

노루귀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다 꽃 색깔도 흰색과 분홍색, 보라색 등이 있고, 자연 상태에서 연분홍이나 진분홍, 청보라, 남색 등으로 피기도 한다.

 

이른봄 꽃소식을 알려주는 것과 생긴모양 그대로 꽃말은 '눈 속의 어린 사슴', '봄의 소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꽃단추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손택수의 시 '꽃단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것, 단정함이 주는 맛이 삶의 깊이를 대변한다. 조금은 부족한듯 틈을 열어두어야 숨을 쉴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단추와 단추 사이 그 틈이 있어야 꽃이 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