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숲 나들이는 너희를 보고자함이 아니었다. 발길이 닫는 곳이 숲이였고 그곳에 너희들이 있었던거다. 하여 반겨주는 벗처럼 눈맞추고 가만 있기만 할뿐.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늦가을부터 봄까지의 숲은 애써 감추고자 치장하는 한여름 숲과는 분명 다른모습이다. 그러기에 볼 수 있는 너희들이다.


지금의 숲은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난 후다. 노루귀, 깽깽이풀이 꽃을 떨군 자리에 현호색 마져 비켜가고 진달래 꽃잎 떨어지면 둥굴레와 각시붓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들 때를 알아 피고 지는데 인간만이 호들갑이다.


이제서야 알겠다. 내가 어느때 숲을 찾는지. 봄 숲에는 키큰 나무들이 잎을 내 햇볕을 가리기 전에 삶이 준 모든 과정을 마쳐야하는 숨가픈 열정이 있다. 무엇인가 내놓아 싸늘해진 내 가슴을 그 열정으로 채우기 위해 숲으로 간다는 것.


내놓아 빈 가슴 한구석에 담아온 숲의 열정을 이제 나는 다가올 시간을 견뎌갈 힘으로 삼는다.


다시 걷자.


청노루귀

노루귀

깽깽이풀

현호색

홀아비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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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관계 심리학
수잔 존슨 지음, 박성덕 외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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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배워야 한다

인적교류의 창구는 넓고 다양해졌다. 시공간의 제약도 사라진 느낌이다. 그렇게 수많은 창구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외롭다고 말한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작 더 고립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이런 현대사회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보다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요구하기에 이르지만 늘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가장 친밀한 교감을 요구하는 사이라 할 수 있는 연인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썸단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연인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확인과 소통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된다. 이런 연인 관계에서 빈번하게 보여 지는 모습은 사랑을 목말라 하면서도 그 사랑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나타내는데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연애의 양상은 비록 달라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똑같은 마음이다. 누구나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요구를 어떻게 실현해갈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접근이 관계심리학이라는 영역에서 활발하게 모색되어왔고 그 대표적인 학자가 수잔 존슨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책 역시 수잔 존슨의 그간 연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사랑을 하고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사랑을 멈추게 하고 지속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는 것에 있다.

 

수잔 존슨은 애착 이론의 창시자 존 보울비의 애착이 사람의 정서와 상호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 성인의 사랑은 애착 결합이라는 사실 에 주목한다. 관계의 혁명, 사랑의 과학, 행동하는 사랑, 새로운 응용과학의 크게 4가지 파트로 구분하여 사랑의 핵심적 요소에 집중한다. 하여, 정신활동 및 감정의 흐름에서부터 육체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연인 관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를 비교 분석한다.

 

수잔 존슨이 살피는 연인 관계로는 결혼 전의 연인에서 노년기의 부부까지 수많은 커플들의 사례를 살피고,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을 분석한다. 이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외로움, 심리적인 거리감, 섹스, 자녀 양육 방식 차이, 외도, 빈 둥지 증후군등을 연구하며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 애착 결합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 것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사랑 일반론으로 훈수를 두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로 구체화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일반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이 점에 대해 수잔 존슨은 사랑은 분명 적극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통제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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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처음 간 곳이지만 눈에 익숙하다. 드라마나 뉴스 영상의 힘이다. 내듣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런 마음이 드는건 또 뭘까?



건물, 나무, 담장, 바닥 그리고 그것들의 사이 사이가 공간과 시간을 담아온 흔적이며 새로운 시간을 더해가고 있다. 그 사이를 잠시 머물고가는 사람들이다.





토요일 오후,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각기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로 분주하다. 중국, 일본 관광객들의 바쁜 발걸음이 주를 이루며 내국인들 역시 다소 한가한 걸음을 보텐다. 간간이 한복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정다우면서도 이채롭다.




향원정, 경회루. 꼭 가보고 싶었다. 전각들에 세겨진 역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듯 싶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볼 기회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과한 걸음이었는지 쉽게 지친다. 눈은 자꾸 인왕산 자락을 더듬는다.




고궁박물관까지는 보았지만 민속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은 아쉬움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기회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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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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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월호이어야 한다

놀람, 안심, 충격, 배신감, 허탈, 분노. 세월호. 한 사건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감정의 변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좌절감과 분노는 현재까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단기간의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동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먼저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고 난 이후 책임소재를 따져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아픈 가슴으로 노란 리본이라도 달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것 수많은 사건들이 그렇게 의도적으로 왜곡된 결론을 강요받아왔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을 뒤집을 힘이 없는 이상 무력하게 불의 앞에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기록이다. 기록이 존재하기에 훗날이라도 그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 중 하나다. 하여,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출발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라고 본다.

 

세월호를 기록하다의 저자 유준호도 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다. 저자는 특별히 주목한 것은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5개월간에 걸쳐 33차례 이루어진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피고인, 검사, 변호인 사이의 공방에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150여 일간 재판의 법정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며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결과물이 이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이다. 생존자, 해경, 어민, 해운사 및 하역업체 관계자, 조선공학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한 증언은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끔 해 주었다.

 

법정 기록에 주목해서 세월호 사건을 살핀 저자는 상식 밖의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의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안전불감증, 개인이기주의, 관피아와 같은 구조적 모순이 응집되어 나타난 결과로 본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으로 여기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일상의 사회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에 관한 모든 사실관계가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구조와 사후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일연의 사건은 어떻게 봐야할까? 원인이 무엇이었든 사건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건의 수습과 사후 처리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정상적인 국가 상태라고 믿는 그 사회시스템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 사고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무력감을 느기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평화학자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더 이상 이런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민주시민의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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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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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심판은 준엄한가?

역사의 심판이 준엄하다면 무엇으로 증명될까?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세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을까? 그래서 오늘날까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역사가 준엄한 잣대로 심판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염불이나 매 한가지 아닐까?

 

현실정치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들도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라는 말의 가치는 알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는 모습은 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 전부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그들에게 역사는 무엇일까?

 

공영방송의 드라마를 선두로 해서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이 주목받고 있다. "미리 경계하여 후환을 대비한다." 징비록은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치욕의 역사 그 무엇이 치욕이며 그 치욕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간절한 마음이 오늘의 현실을 본다면 또 무엇을 징비하자고 할까?

 

홍익출판사 간행 징비록(懲毖錄)은 류성룡의 징비록을 해석하고 그 사이에 보다 깊이 있는 징비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 일 곱 가지의 징비록 깊이 읽기를 새로이 추가하였다. ‘징비록7년여에 걸친 임진, 정유 전란 동안 조선의 위정자들이 보여준 비굴한 모습을 밝히고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상황을 기록하고 일본의 만행을 성토한다. 더불어 그러한 비극을 피할 수 없었던 조선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후대에 교훈을 주고 있다.

 

류성룡이 이렇게 징비록 속에 자세한 전쟁의 상황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의 중심에서 전쟁을 이끌었던 장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위로는 임금을 보좌하고 아래로는 백성의 안위를 살피면서 전쟁의 빠른 종식을 위해 그가 했던 일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치욕의 역사, 그것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말이 가지는 가치는 어떤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지만 이 말을 금과옥조로 여겨야할 이들(정치인, 지식인, 사회지도층이라 자부하는 모두)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들에게 역사의 평가는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일이기에 상관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단죄해야할 것은 반드시 단죄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에게 단죄해야할 1순위는 친일이 그렇고 친미가 그렇고 분단이 그렇다. 징비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어간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벌어졌던 일련의 행위에 대해 훗날 역사는 무엇이라 기록할까? 침략전쟁으로 민족이 경험했던 치욕의 전란이라며 류성룡이 징비록을 남겼듯 누군가는 이 내부적으로 더 치욕스러운 사건에 대해 기록을 남길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징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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