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與與하다.
짙은 나뭇잎도 이를 바라보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깨어나기 싫은 마음의 반영인듯 햇님은 늦장을 부리고, 발끝까지 내려온 안개도 물러설줄 모른다.


건네주는 커피향이 좋다.

넉넉함이 묻어나는 풍경앞에서 맞이하는 하루가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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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나는 자리는 같다'
떠나온 자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제 삶의 근본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들고나는 물에 따라 자신도 들고나지만 바닷물에 끄달리는 존재로 스스로를 매김하지 않는다.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하는 굳건함을 가진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떠나온 곳을 바라보는 자태의 의연함이 그렇다.

뻘배, 너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의지처다. 하여, 바다를 향한 너의 시선과 다르지 않은 눈으로 산 너머를 본다.

밀물이 들어오는 틈,
뻘 위를 누볐던 너의 시간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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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나무'
꽃을 떨구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는 그렇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고개들어 한참을 바라과도 보이지 않는 꽃이 툭!하고 떨어지며 인사를 건넨다. 순백의 꽃잎에 노오란 꽃술이 다정하다.


비교적 높은 산 중턱의 숲속이나 너덜바위 지역에 자라는 잎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다. 줄기가 미끈하고 노란 갈색과 짙은 갈색의 큰 무늬가 있다.


껍질 무늬가 사슴(노, 鹿) 뿔(각, 角)을 닮았다고 노각나무이며 비단 같다고 비단나무라고도 한다.


꽃은 6~7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의 아래쪽 잎 달리는 자리에 흰색으로 핀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꽃잎은 5~6장이며 가장자리가 고르지 않다. 꽃받침잎은 둥글며 융 같은 잔털이 있다.


올해 무등산 숲에 들어서며 통으로 떨어진 꽃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동네 뒷산에서 떨어진 꽃 무더기로 다시 만났다. 배롱나무, 때죽나무, 굴참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만지며 나무가 전하는 그 느낌을 마음에 담는 나무다.


노각을 닮은 수피와 목재의 특성에서 전해지는 느낌을 담았나 보다. '견고', '정의'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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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밝혔다
들고나는 골목 입구에서 밤마다 홀로 빛나던 가로등에게 지붕아래 새로이 벗이 생겼다.


저보다 늦게 켜졌다가도 빨리 꺼짐에도 그저 묵묵히 지겨봐줄 것임을 알기에 그 벗은 이 밤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게다.


격자무늬 문살에 번진 불빛이 그대의 미소 마냥 은은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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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향煮茗香
형식에 구애받거나 닫힌 마음으로 차를 달인다면 그 맛이 온전할까?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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