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어느 순간이나 아름답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 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 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나름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이 꽃을 본다는 핑개로 무등산을 올랐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에서 눈맞춤하게 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함박꽃나무다.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어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이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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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또 소나기

첫길 나들이가 하필

무밭 천지지만

이 풍성한 유목 시절은

아직 놓아기르는 장마철

몫이어서

반짝 햇살 깃들이기에도

비좁은 난간이라

노란 장다리 날염하듯

소나기 도 한 차례인데

비안개 자욱한 그 길로

박쥐우산 펴들고 霹靂(벽력)에

흠뻑 젖은

노랑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한 바다 노랑 파도에 처질 듯

솟구칠 듯

*김명인 시인의 시 '또 소나기'다. 올 여름 소나기를 만나면 다시 보게 될 이유가 생겼다.

'시읽는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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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其所友 관기소우

觀其所爲友 관기소위우

亦觀其所不友 역관기소불우

吾之所以友也 오지소이우야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집 '연암집'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글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이 중국에 들어가 사귄 세명의 벗인 엄성, 반정균, 육비와의 만남을 기록한 글 '회우록'을 지어 연암에게 부탁한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홍대용과 이 세사람의 우정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를 이어 이어지며 사람 사귐의 도리로 회자되었다.

sns에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기본과정을 보는 듯하다. 친구의 친구로 이어지는 메카니즘이 사람사는 그것도 한치도 다르지 않다.

산수국이 피는 때다. 그 독특한 모양새와 색감으로 필히 찾아보는 꽃이다. 산수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서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연인이나 부부 또는 형제나 자매 등 보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매번 찾아 눈에 담는 나는 '벗'으로 받아들인다.

연암과 그 벗들의 사람 사귐은 나의 오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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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5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우리 옛 선인들은 생각이 깊었던 걸 느낄 수 있네요.

무진無盡 2023-08-08 19:19   좋아요 0 | URL
찾아보면 지금도 그와 다르지 않은 이들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
 

'산앵도나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식물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심한 주의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식물의 세계는 알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하여, 낯선 길을 나서거나 무엇인가 있을 듯한 곳은 서슴없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올해 내가 새롭게 만난 다수의 식물이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늘상 다니던 길의 각시괴불나무가 그렇고 산앵도나무, 자주풀솜대, 백작약이 그렇다. 산과 들에서 만난 꽃친구들의 넉넉한 마음도 한몫 한다.

푸른잎 사이로 가지끝에 달려 빼꼼히 세상 구경 나온 듯한 모습이 앙증맞다. 과하지 않은 색감이 더해지니 귀엽기가 둘째가라면 삐질 것만 같다. 붉은 빛이 도는 종 모양의 꽃이 참 이쁘다. 달고 새콤한 맛이 난다는 열매는 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고 한다.

한번 보이면 자주 보인다. 장소를 달리하여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지리산 노고단과 세석평전 주변에서 실컷 봤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 나무다. '오로지 한사랑'이라는 꽃말이 의미심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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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사는 환경도 달라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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