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분자분 내리는 비가 멈추었다. 빈틈 없이 습도를 더하니 복날의 더위를 잊지않게 하려는게 분명하다. 건듯 부는 바람은 멀리에서만 맴돌고 내리는 비는 코앞에 닿았다.

초복初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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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暑 소서

24절기 가운데 열한째 절기로 작은 더위를 뜻하지만 실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인 데다 장마철과 겹쳐서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때이다.

습기 높은 무더위에 볕을 피할 그늘이 반가울 때이다. 솔개그늘이라는 것이 있다. 날아가는 솔개가 드리운 그늘만큼 작은 그늘을 말한다. 이렇게 작은 그늘에 실바람 한오라기라도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 누군가에게 솔개그늘이나 실바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산을 넘어온 비가 자분자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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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이 그 모습이다.

때를 기다려 매년 찾는 세석평전 아래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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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시간 가볍게 나섰다.
멀지 않은 곳이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여전히 늦었거나 빠르다. 확인했으니 되었다. 다시 가더라도 늘 늦거나 빠르거나 둘 중 하나일테지만 한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호사이기도 하다.

돌아본 숲에서는 청량한 바람이 이내 다시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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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

연자주빛 꽃잎 흩날리며

여름을 알리네

松上藤花 송상등화

藤花一樹附寒松 등화일수부한송

紅影重重翠色濃 홍영중중취색농

觀者未知根本異 관자미지근본이

謂言連類互相容 위언연류호상용

소나무 위 등꽃

등꽃 한 그루 소나무에 붙어 있으니

붉은 그림자 겹겹에 푸른빛 짙네.

보는 이는 근본이 다름을 알지 못하고

같은 무리가 서로 용납한다 말하네

-김우급, '추담문집' 권4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스물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김우급(金友伋, 1574 ~ 1643)의 시 "松上藤花 송상등화"다.

등나무의 자주색 또는 흰색의 꽃은 무리지어 핀 모습이 곱기도 하고 향기 또한 좋아서 그 꽃그늘에 들기를 좋아했다.

옛부터 사람들은 벤치에 등나무를 심어두고 덩굴성으로 자라는 성질을 이용하여 그늘을 만들어 그 아래서 볕을 피할 용도로 많이 가꾸었다. 초중고를 다녔던 기억 속 모든 학교에는 이 등나무벤치가 있었다.

이 책에서 등꽃은 여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옛시에 여름 풍경을 묘사하는데 자주 등장한다며 다른 꽃을 설명할 때보다 많은 시를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옛 사람들에게는 주목을 받았던 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자줏빛 등꽃 떨어지는 풍경을 고향 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상징물로 보고 있다.

등나무 하면 칡덩굴과 더불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다.

어원은 두 식물의 특성에서 연유한다. 오른쪽으로 감는 칡과 왼쪽으로 감는 등나무가 각기 감고올라가는 방향이 달라 한곳에서 만나면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등꽃의 풍성한 꽃봉우리가 늘어진 모습의 아름다움에 많은 이들이 꽃그늘을 찾는다. 이 꽃을 찾는 이들이 등꽃의 향기를 담아 한결 곱고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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