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꽃보다 꽃이 담고 있는 사연에 주목한다. 그늘진 곳에 피지만 그 화사함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무더운 여름 한철 그렇게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속에서 더 붉어지는 꽃이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하여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상사화相思花라 부른다.

꽃 진자리에 잎 나고, 그 잎의 힘으로 알뿌리를 키워 꽃이 피어날 근거를 마련한다. 숙명으로 받아 안고 희망으로 사는 일이다. 어찌 그리움에 안타까움만 있겠는가. 만나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 사랑이 이러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어렵다는 사랑으로 살아 더 빛나는 일생이다. 한껏 꽃대 올렸으니 이제 곧 피어나리라. 잎이 준 사랑의 힘으로ᆢ.

지루한 장마라지만 때를 거스르진 못한다.

바야흐로 상사화의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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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 학
人有各所好 인유각소호
物固無常宜 물고무상의
誰謂爾能舞 수위이능무
不如閑立時 불여한입시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백거이白居易(772-846)의 시다. 크게 덥다는 대서大暑에 장마철에 들어 이름값을 못하고 넘어갔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도 좋을텐데 이번엔 많은 비가 걱정이다.

쏟아지는 빗 속을 걷는 것 처럼 요동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러하니 그 요동에 너무도 쉽게 휩싸이게 된다. 말이 많아지고 시류에 흔들리는 몸따라 마음은 이미 설 곳을 잃었다.

긴 목을 곧추 세우고 유유자적 벼 사이를 걷는 학의 자유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숲 속의 꿩도 그 이치를 안다는듯 고개를 곧추 세웠다.




비와 비 사이의 시간은 짧기만 하고 우기를 건너는 시간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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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25 0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꿩의 다리

무진無盡 2023-08-08 19: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털중나리

초여름의 숲에서 붉디붉은 미소를 건넨다. 붉은 속내를 보이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왕지사 얼굴 붉혔으니 하늘 봐도 될텐데ᆢ.

'털중나리'는 산과 들의 양지 혹은 반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약간 갈라지고 전체에 잿빛의 잔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려 핀다. 안쪽에 검은빛 또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풀 전체에 털이 덮여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털중나리'라고 한다. 뒤로 젖혀진 꽃잎 중간까지 점이 있고 줄기에 주아의 유무로 참나리와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특산식물이고 환경부지정 희귀식물이다.

봄꽃이 지고 나서 여름꽃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듯 나리꽃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핀다. '순결', '존엄', '진실'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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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濯足'

壁絶巖危飛瀑落 벽절암위비폭락

灑珠噴雪 襟 쇄주분설천금거

緣何濯足窮深處 연하탁족궁심처

不濯他人己濯餘 불탁타인기탁여

깎아지른 벽 험한 바위에 폭포수 떨어지자

구슬 뿌리듯 눈을 뿜듯 옷자락을 적시네

무슨 까닭으로 깊은 곳에서 발을 씻는가

다른 사람 씻길 생각 말고 나부터 씻어야지

*지운영의 그림 "탁족"에 쓰인 시 한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좀처럼 자신의 몸을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웠던 선비들이 버선을 벗었다. 이미 기분만으로도 자유를 누린듯 했을터이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그 시원함을 느꼈을 갓을 벗은 선비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초나라 시인 굴원의 ‘어부사’에 예화가 나온다. 나라 걱정하는 굴원에게 어부가 귀띔한다. “창랑의 물이 맑은가. 갓끈을 씻기에 좋겠구나. 창랑의 물이 흐린가. 발을 씻기에 좋겠구나.” 지운영은 거기에 한 수 더 얹는다. 남의 발까지 간섭하는 오지랖은 마땅치 않단다. 흐린 물을 만나면 내 발의 때부터 보자. 탁족은 ‘족욕(足浴)’이 아니다."

손철주의 해설이 그럴듯 하다.

고사의 의미는 세속을 떠난 은일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옭아메고 있었던 도덕과 규율에 닫힌듯 살았던 선비들이 더위를 쫒는다는 핑개삼아 그 엄격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중복中伏이다.

본격적인 더위 앞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때이다.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이 멀다면 거실에 찬물 떠놓고 발 담궈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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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깊은 땅 속에 침잠하더니 끝내 솟아 올라 간절함을 터트렸다. 그냥 터트리기엔 참았던 속내가 너무도 커 이렇게 꼬였나 보다. 하지만, 그 꼬인 모습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헛된 꼬임은 아니었으리라. 꼬이고 나서야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 따라 널 마주하는 내 몸도 꼬여간다.

이 꽃을 보기 위해 연고도 없는 무덤가를 서성인다. 마음 속으로 무덤의 주인에게 두손 모으고 꽃를 보러 찾아왔으니 깊은 땅 속 꽃 많이 피어올리면 더러 나처럼 찾는 이 있어 반가움 있을거라고 넌지시 권한다.

전국의 산과 들의 잔디밭이나 논둑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의 배열된 모양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에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고 한다.

하늘 높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것이 옛날을 더듬는 듯도 보이고,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이 마치 깡총걸음을 들판을 걷는 아이 같기도 하다. 이로부터 '추억', '소녀'라는 꽃말을 가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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