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았던 꽃을 올해는 북쪽으로 올라가서 만났다. 특별히 보호 받고 있다는 곳인데 찾는 이들을 위해 철망을 탈출한 녀석들의 마음 씀이 곱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의 꽃이 황홀하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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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도 끝은 있다. 비를 품지 못한 구름은 더디게 움직이며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덜어낼 무엇이 남은 까닭이리라.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는 여름다울 폭염을 기다린다.

푸른 하늘로 가슴을 열고 있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지만 그것도 잠깐의 시간이다. 하나 둘 잎을 떠나보내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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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나무

꽃을 떨구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는 그렇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고개들어 한참을 바라봐도 보이지 않는 꽃이 툭! 하고 떨어지고 나서야 인사를 건넨다. 순백의 꽃잎에 노오란 꽃술이 다정하다.

껍질 무늬가 사슴(노, 鹿) 뿔(각, 角)을 닮았다고 노각나무이며 비단 같다고 비단나무라고도 한다. 줄기가 미끈하고 노란 갈색과 짙은 갈색의 큰 무늬가 있다.

꽃은 6~7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의 아래쪽 잎 달리는 자리에 흰색으로 핀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꽃받침잎은 둥글며 융 같은 잔털이 있다.

동악산 숲에 들어서며 통으로 떨어진 꽃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동네 뒷산에서 떨어진 꽃 무더기로 다시 만났다. 배롱나무, 때죽나무, 굴참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만지며 나무가 전하는 그 느낌을 마음에 담는 나무다.

올해는 지리산과 가야산을 돌아오는 동안 심심찮게 보이던 꽃을 다시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로 만났다. 올 봄 내 뜰에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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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게꽃나무

꽃을 보기 위해 매년 같은 시기에 오르는 지리산 세석평전을 지나 능선을 걷는다. 오를 때와는 다른 느긋함이 있다. 좌우를 기웃대면서 걷기에 좋은 길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때가 일러서 보고자 했던 꽃은 보지 못하고 고개 들어 돌아보니 낯선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언듯 여기에 특이한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라 그 나무 앞에 섰다.

부게꽃나무다. 생소한 이름인데 단풍나무 집안이라고 한다. 높은산에 사는 탓에 쉽게 보지 못하는 나무 중 하나다. 이름의 유래는 북어의 강원도 사투리가 '부게'라고 하는데 꽃 모양이 덕장에 말린 북어를 떠올리게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손바닥 모양의 잎은 단풍나무 닮았고 노랑색의 꽃이 모여 나는 원뿔모양의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이 모습이 특이해서 기억하기 쉽겠다.

때가 되면 다시 그곳에 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무 앞에 서서 첫만남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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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우물

김명인

한 두레박씩 퍼내어도

우물을 들여다보면

덜어낸 흔적이 없다

목숨은 우주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두레박의 물

한 모금씩 아껴가며 갈증을 견디지만

저 우물 속으로

두 번 다시 두레박을 내릴 수는 없다

넋을 비운 몸통만

밧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일 뿐

깊이 모를 우물 속으로

어제 그가 빈 두레박을 타고

내려갔다

*김명인 시인의 시 '우물'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아는지 모르는지도 알 수 없는 우물 하나씩 곁에 두고 산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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