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본다는 것'

가능한일일까? 사람과 사람이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 그 사람을 통째로 알아버리는 일이 정말 가능하기는 한걸까?

감정을 담지 않고 존재하는 수많은 장애물들은 객관적인 법칙에 대입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완고하고 수시로 변하기에 대입할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벽을 두르고 상대를 대하는 모든 행위는 그래서 애초에 그 벽을 넘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출발한 경우와 같다. 이는 불가능한 것이며 공정하지도 않고 또한 벽을 두른자의 일방적 감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는 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그것이라도 해야만 할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때론 이 절박함이 기적을 만들어 왔음을 알기에 그 기적에 의지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해를 마주보는 것은 여전히 버거운 일중 하나다. 그렇더라도 마주보지 않으면 일생을. 한번 볼까 말까하는 명장면을 볼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나, 당신을 마주보고자 함은 이렇게 간절함을 보테 기적이라도 불러오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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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끝 무더위가 시작되는 어느날 이른 아침 불현듯 피었다가 한나절도 지나기 전에 시들어졌다. 고개 숙인 모습이 이토록 애처러운 것은 피었던 때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까닭이리라.

짧은 순간을 화려하게 살았다. 무너지는 것 역시 한순간이다.

체념일까. 좌절일까. 고뇌하는 모습으로 읽히는 것은 내 안의 무엇이 반영된 결과이니 결국, 나를 돌아볼 일이다.

매 순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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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꼬리풀'
식물 이름에 지역명이 붙은 경우는 그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이 만나 지역도 꽃도 모두 꽃의 이미지와 더불어 기억된다는 의미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보라색 꽃방망이가 가지마다 달렸다. 밑에서부터 위로 피어올라가는 꽃봉우리 모습이 다른 꼬리풀들과 비슷하다. 줄기에서 여러가지가 나오며 그 가지가 위로 크지 않고 땅과 비스듬하게 누워서 퍼진다.

2004년도에 부산의 바닷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보호종이라고 하며 한국 특산식물이다. 야생화 화원에서 내 뜰에 들어와 잘 적응하고 있다.

자생지에서는 거의 사라져가는 꽃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복원하여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다른 식물을 포함하여 더이상 자생지가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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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풀
유독 험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들이 있다. 삶의 터전을 척박한 곳으로 택한 이유가 있겠지만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식물의 이런 선택은 어쩌면 더 돋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바위 표면에 붙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들은 생각보다 제법 많다. 양질의 환경에서 벗어나 홀로 고독한 삶을 선택한 모습에 경이를 표한다.

병아리풀도 이 부류에 속한다. 병아리처럼 작은 풀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이 식물은 짐작보다 더 작았다. 작디작은 것이 바위 경사면에 붙어서 자라고 꽃 피워 열매 맺고 후대를 다시 키워간다. 한해살이풀이라 신비로움은 더하다.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한쪽 방향으로 향한다. 자주색에 노랑 꿏술과의 조화로 더 돋보인다. 같은 곳에서 흰색으로 피는 녀석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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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꽃

밤마다 끌어안는 부부의 정

奩體 염체

重重繡幕遮 중중수막차

簷角燕雙斜 첨각연쌍사

最羨階前樹 최선계전수

能開夜合花 능개야합화

겹겹이 비단 장막 쳐져 있고

처마에는 제비가 쌍으로 날아드네.

가장 부러워하노라, 섬돌 앞 나무에

야합화가 잘 피어날 수 있음을.

-이수광, 지봉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사십 일번째로 등장하는 이수광(1563~1628)의 시 "奩體 염체"다.

자귀나무는 콩과식물로 낙엽지는 나무다. 자귀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고 하였으며 지역에 따라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귀나무는 밤이면 잎이 오므라들어 합해지는다는 것을 보며 합한수 또는 합한목으로 불렀다. 자귀나무의 짝을 이룬 잎들의 결합이 곧 남녀의 사랑의 성취를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 했다. 여기에 주목하여 창가에 심어두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진다며 심었다고 한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저법 큰 자귀나무가 있었다. 나름 수형을 갖춘 나무는 여름이면 부챗살처럼 펼쳐놓은 분홍색 꽃을 가득 피웠다. 꽃은 아름다우나 꽃술에서 떨어지는 끈적이는 액체로 인해 바닥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싫어 뜰에 들이지 않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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