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앉은부채

꽃 찾아 다니다 만나는 자연의 신비스러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다. 한동안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당연하고 오랫동안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습기 많은 여름에 핀다. 작은 크기로 땅에 붙어 올라와 앉아있는듯 보이며 타원형으로 된 포에 싸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앉은부채라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과 닮아서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애기앉은부채는 앉은부채와 비슷하나 그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반면 애기앉은부채는 고온다습한 여름이 되어야 꽃이 핀다.

자생지가 많지 않고 더러는 파괴된 곳도 있기에 앞으로 얼마동안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귀함을 알기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 귀함을 모르기에 무참히 파괴되기도 한다. 이 자생지가 그렇다.

올해는 매년 보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만났다. 환경이 비슷한 것으로 보이나 더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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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구도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이성선 시인의 시 '구도'다. 말이 줄어든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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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 여름과는 달리 가을은 급하다. 오는 것도 그렇지만 가는 것은 더 빨라 오는가 싶으면 이미 저만큼 달아나 겨우 꽁무니나 보기 일쑤다.

성급한 나뭇잎이 급하게 옷을 갈아입다가 추락했다. 오묘한 색과 간결한 무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허리를 숙이고 제법 긴 시간을 눈맞춤 한다.

내놓을 말이 없으니 들을 말도 없기에 붙잡지도 잡히지도 않은 시간을 함께 한다. 반쯤 내려 놓고 애써 주장하지 않고 살기를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하다.

가을을 품을 가슴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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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기고 주변 산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컷다. 뒷산은 보고 싶었던 야생화들이 제법 많은 종류가 있어 사시사철 궁금한 곳이기도 했다. 산들꽃을 찾아다니게 하는 출발점이 된 곳이다.

골짜기 능선 등을 살피며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기던 중 산능선 솔숲 바위아래 낯선 꽃을 만난 것이 이 사철란과의 첫만남이었다. 그후로 늦여름 산행길에 한두 개체씩 봐오던 것을 올해는 다른 곳에서 무더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화려함은 없다. 그저 수수한 모습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다. 긴 꽃대에 여러개의 꽃이 한방향으로 핀다. 입술모양의 꽃부리가 특이하다.

제주도와 울릉도 및 전라도 도서지방에서 나는 상록 다년생 초본이라는데 내륙 깊숙한 숲에서 발견 된다. 사철란과 비슷한 종으로는 붉은사철란과 털사철란, 섬사철란 등이 있다.

근처에 어리연꽃 피는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가 있어 피는 시기와 겹치니 때를 맞춰 함께 만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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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어린시절 추억이 깃들었다. 등하교길 달달한 맛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밭 언덕을 넘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고 맛의 강한 유혹을 알기에 솜이 귀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한두개 씩은 따 먹으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것이 다래다.

내가 사는 이웃 면소재지 인근에 목화 재배지가 있고 이 꽃이 필무렵 면민의 날 행사 겸 묵화축제를 한다. 1363년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씨앗을 숨겨온 다음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 식물이다.

순한 꽃이 핀다. 곱다라는 말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이쁘고 정겹다. 한지에 곱게 물을 들이고 손으로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접어 만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피었다 지고 열매 맺고 그 열매의 속이 비집고 나와 눈 쌓인 것 처럼 보일 때까지 내내 눈요기감으로 충분하다.

물레를 둘리고 솜을 타서 옷이나 이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 많은 손질을 거치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라는 꽃말이 이해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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