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송이풀
매년 비슷한 곳을 가더라도 놓치는 것이 있고 뜻밖에 만나는 것도 있다. 하여, 무엇이 늦거나 빠르거나는 언제나 그것을기대하는 사람몫이다.

송이풀과 닮았는데 흰색으로 핀다고 해서 흰송이풀이다. 자라는 환경이 송이풀과 비슷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피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흰꽃이 주는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다. 기본 종이 다양한 색으로 핀다면 간혹 흰색으로 피는 것이 있곤 한다. 하여, 다른 이름을 얻는 경우도 있고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의 송이풀속 식물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북한에서 자란다고 한다. 직접 본 것은 몇가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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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다. 이미 가을이 깊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곧 낙엽지는 시절이 온다는 신호다. 꽃잎에 맺힌 서리꽃으로 아침 인사를 대신할 때다.

서리는 풀들에게 다음 계절을 예비하라는 강제성이 있다. 꽃이라고 다를 수 없다. 이때쯤 주목하는 꽃이 대상화對霜花다. 대상화는 찬이슬 맺히는 한로에 피어 서리가 내리는 상강 무렵에 진다. 시절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아 식물의 이름을 붙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한줌 볕 덜어내어 가슴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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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풀
높은 산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오르는 곳이 몇 곳 있다. 남덕유산,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이 그곳이다. 높은 곳의 날씨는 변화가 심하여 안개가 끼거나 비를 만날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만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송이풀 역시 그런 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송이풀은 꽃이 핀 듯 안 핀 듯 옆으로 비틀리며 줄기 끝에 송이를 이루기 때문에 송이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모양새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듯 싶다.

붉은 기운이 도는 꽃이 핀듯 안핀듯 줄기 끝에 모여 있다. 또하나 특징직인 것이 길쭉한 잎인데 규칙적으로 결각이 있어 꽃만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비교적 흔하게 보이는 이 꽃을 지난해와 올해는 금강초롱을 보러간 화악산에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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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나리
10여 년 전 불갑사 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길을 가다 이 꽃을 처음 만난날 우뚝 선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에 같은 꽃 하나도 없지만 어찌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동안 널 다시 보기 위해 숲을 다니면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눈맞춤 했다. 무더운 여름을 건너 숲 속 그늘진 곳에서 곱게도 피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뒷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이기에 더 반갑다.

뻐꾹나리는 이름이 특이하다. 모양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색도 특이하다. 이 색이 여름철새인 뻐꾸기의 앞가슴 쪽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뻐꾹나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 붙인 이의 속내가 궁금하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못할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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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비녀 꽂은 여인의 아름다움

玉簪花 옥잠화

麻姑群玉山頭見 마고군옥산두견

天女瑤臺月下遊 천녀요대월하유

舞罷霓裳雲錦亂 무파예상운금란

歸來醉墮不曾牧 귀래취타불증목

옥잠화

군옥산 꼭대기에서 마고를 보고

천상 선녀가 요대의 달빛 아래 노닐었네.

예상의 춤이 끝나고 구름비단 어지러웠는데

돌아올 때 취하여 떨어진 것을 수습하지 못하였네.

-이개(동문선) 권2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이개(李塏, 1417~1456)의 시 "玉簪花 옥잠화"다.

옥잠화는 꽃봉오리가 마치 옥비녀(玉簪)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잎과 꽃이 아름다워 주로 원예용으로 재배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활짝 핀 모습을 보기 힘든데 저녁에 피어 아침에 시들기 때문이다. 은근하게 번지는 향기가 좋다.

이개의 시는 "선녀의 비녀처럼 생긴 옥잠화가 이 세상에 생겨난 유래를 설명한" 이백의 시 <청평조사 淸平調詞>의 "군옥산 꼭대기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요대의 달빛 아래에서 만난 것이 분명하네"라는 구절을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성산문의 시 옥잠화 "뛰어나게 예쁜 모습 아름다우니,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하는가? 나 또한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녹아 버리네 嫣然傾國色 膏沐爲誰容 我亦剛腸者 看來意已融"

정조의 시 옥잠화 "내가 이것을 미인에게 주고 싶어, 아득히 서방을 바라보네 我欲贈美人 迢迢望西方"

이처럼 옛사람들이 여인의 비녀처럼 생긴 꽃 모양새에 주목하여 옥잠화를 읊은 시가 제법 많다고 한다.

옥잠화의 꽃이 핀 모습 보다 꽃 몽우리 상태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 특히 비 맞은 후 물방울이 맺힌 옥잠화는 모든 말을 잠재울 만한 멋을 지녔다. 내 뜰에도 옥잠화가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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