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난초
멀리서 들려오는 꽃피었다는 소식은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동반한다. 여건이 허락해 볼 수 있으면 반갑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새우난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짠물을 건너올 때마다 아쉽기만 했다.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상황일 뿐더러 육지에서 들리는 소식도 북쪽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둘 다 핑개일 뿐이고 꽃이 보내는 유혹이 약했거나 보고 싶은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빈번하게 1박 2일 일정의 더 먼 거리도 훌쩍 길을 나섰던 일은 무엇이란 말일까?

새우난초는 제주도와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 일부지역에 자생한다.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연한 자주색 등으로 피고 뿌리줄기가 새우등 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우난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마음도 움직였고 시간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선듯 일정을 변경해준 꽃친구가 있어 가능했던 새우난초와의 두번째 눈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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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위의 붉은 비단, 해당화海棠花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말며

잎 핀다고 설워 마라.

동삼(冬三) 석 달 꼭 죽었다

명년 삼월 다시 오리.

*해당화를 떠올릴 때 동시적으로 동반하는 것은 명사십리다. "북한의 원산 남동쪽에 있는 명사십리는 바닷가 약 8킬로미터가 넘게 펼쳐진 흰 모래밭으로 전국에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피어 있고, 뒤이어 긴 띠를 이루어 곰솔 숲이 이어지며, 흰모래와 어우러진 옥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나오는 해당화다. “일명 해홍(海紅)으로, 조선의 해당은 중국 것과는 다르니 홍장미(紅薔薇)의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강원도와 황해도 지역에 나는 금사해당(金沙海棠)은 뿌리도 없고 잎도 없이 바닷가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짙은 붉은 색의 꽃이다. 바라보면 진 꽃잎이 땅위에 점을 찍은 것 같아서 아주 화려하지만, 이것은 해당의 별종이다.”

해당화로 이름난 곳은 관동에도 있다. 강원도 간성(杆城) 죽도(竹島)의 명사(明沙)와 울진(蔚珍) 망양정(望洋亭)의 십리명사(十里明沙)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해당화가 만발할 때는 비단으로 수를 놓았다 할는지 한 폭의 그림이라 할는지, 아무튼 관동의 승경(勝景)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한다.

明沙十里 海棠花는 望洋亭의 勝槪로다

名花一枝 꺾어들고 平海風光 희롱하니

白石靑松 練層軒에 月松亭이 상쾌하다

명사십리 해당화는 망양정의 승개로다

명화일지 꺾어들고 평해풍광 희롱하니

백석청송 연층헌에 월송정이 상쾌하다

경기민요 ‘노랫가락’에 등장하는 가사다. 매년 몇 차례 꽃을 보고자 경북 울진에 간다. 숙소 앞 망양 바닷가의 해당화를 보았다. 해당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다가 발견한 노래다. 반가움이 앞서 노랫말을 읽다보니 그 바닷가에 서서 바라보던 때가 저절로 떠오른다.

내 뜰에도 해당화가 핀다. 이곳으로 이사 온 해에 사다 심은 것으로 매면 꽃을 피워 반가움을 더해준다. 붉게 피는 해당화가 대부분이나 간혹 흰색으로 피는 꽃도 볼 수 있는데 오래 전 완도 어느 섬에서 본 후로 눈맟춤하지 못하고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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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렸다.

떠나온 고향에서 꽃 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서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그늘과 습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아침 저녁 물을 주지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을 것이다. 마침 내리는 비에 밖으로 내놓고 비샤워를 시켰다. 빗방울과 비의 무게에 꽃대를 숙이지만 좋아라며 소리치는 환호성이 들리는듯 하다.


꽃대에 실타래 처럼 더 풀어내놓을 꽃봉우리를 기다린다.

어떤 기다림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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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초
숲이 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금난초라는 이름은 난초의 종류로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여기저기 꽃보러 다니는 길에서 문득 만나기도 하고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서기도 한다. 우연히 보게되거나 찾아간 만남이거나 언제나 환호성을 자아내게 하는 특별한 존재다.

숲에 홀로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인지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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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꽃대
봄이 무르익어 더위가 느껴질 무렵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꽃대 하나에 여러꽃이 모여 핀다. 돌려나는 네장의 잎 가운데에서 흰 꽃이 핀다. 그 모양이 독특하여 눈에 잘띈다.

얻은 이름이 남다르다. 매우 닮아서 구분이 어려운 홀아비꽃대도 있다. 수술의 모양의 차이로 다른 이름을 붙였다. 홀아비는 사람을 뜻한듯 하나 옥녀는 거제도 옥녀봉을 지칭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처음 발견 되었다. 남부지방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옥녀꽃대와 더불어 홀아비꽃대는 서로가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과 연상되는 이미지가 남달라 이 둘을 자주 비교하여 이야기꺼리로 삼기도 한다. 꽃말도 "외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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