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가벼워진 공기로 아침을 차분하게 연다. 부드러운 기온으로 들판에 선 마음이 가볍다. 품을 줄여가며 서산에 걸린 달과 산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아침해 사이에 내가 있다.

바야흐로 서리꽃에도 온기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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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다섯 날을 보는 꽃,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붉은 모란도 좋지만 이 흰색을 보지 않고 봄을 살았다 말하지 못하리라.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23년으로 이어서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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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봄은 오리라

우리 살아가는 일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이 지나면

꽃 피는 봄이 찾아오리라

*김종해 시인의 시 "봄은 오리라"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 산을 넘어온 봄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봄이지만 기다린 이에게는 특별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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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元夕상원석
高低隨地勢 고저수지세
早晩自天時 조만자천시
人言何足恤 인언하족휼
明月本無私 명월본무사

대보름 저녁달
​높냐 낮냐는 것은 땅의 형세에 따른 것이고
이르냐 늦냐는 것은 하늘의 시간을 따른 것이니
사람들은 어찌 말로 근심할 일이 있겠소
밝고 환한 저 달은 애시당초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기에

*조선사람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가 다섯 살에 지었다는 시 상원석이다. 장성 출신으로 동방 18현 중 한 분으로서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다.

달이 높고 낮냐,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춘다.

꽃이 피는 것도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줄 뿐이다.

다만, 달빛의 고요함 속을 느긋하게 걷고 꽃의 온기를 가슴에 품는 것을 누리고 못누리는 차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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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언 땅을 뚫고 올라와 기지개를 켜는 꽃과의 눈맞춤을 조금이라도 빨리하고 싶은 성급함에 마음은 늘 산 언저리에 머문다. 긴 시간 꽃을 보지 못했던 몸과 마음이 들쑤시는 탓이리라. 그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전히 겨울인 숲에는 서둘러 노오랗게 불을 밝힌 꽃이 있다.

눈과 얼음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어 '눈색이꽃', '얼음새꽃',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이라고도 부른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며 산들꽃들을 만나는 기대감이 앞선다. 나무에서는 이미 납매와 매화가 피었고 땅에서는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까지 피었으니 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에 아지랑이 일듯 설레임 피어나고 있다.

꽃을 봤으니 꽃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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