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봄꿈을 꾸며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 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김종해 시인의 시 "봄꿈을 꾸며"다. 2월도 중순,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온기가 담겼다. 바로 언덕 너머에 봄이 와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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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눈이라도 오려나 싶었는데 이내 구름이 걷히면서 햇살이 좋다. 한줌의 볕도 소중한 이때라 빛을 받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반갑다.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이른 봄이다. 새순이 돋아나고 꽃눈에 생기가 도는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온기가 돈다. 겨울을 잘 건너온 모든 생명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닐까 한다.

미선나무의 꽃눈이 꾸물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나도 따라 겨우내 여몄던 옷깃을 풀어 본다. 가슴을 열어 깊은 호흡이 필요한 때다.

비로소 아린芽鱗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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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빛과 온기로 온다. 언땅이 몸을 녹여 틈을 내주면 어둠 속에서 세상을 꿈꾼 새싹들이 꿈들대며 고개를 내민다.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햇살의 부드러운 온기다.

상사화相思花. 지난 가을날의 지독했던 그리움이 새로운 몸짓으로 내일을 연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이 안부를 묻는 햇살의 위로가 가득하다. 다시 찬란하게 피어날 그날을 향해 멈추지 못하는 길을 나선다.

매화 몇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지만 그 꽃이 피어야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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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
복수초로 시작된 새 봄의 꽃앓이가 첫번째 절정에 이른 때에 만나는 꽃이다. 봄볕이 그러하듯 화사하기 그지없이 피는 꽃이기에 가히 봄바람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꽃을 보고자하는 이들을 먼 길 나서게 하는 꽃이다.

바람꽃은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자라는 들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변산바람꽃은 하얀 꽃받침이 떠받치고 있는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있다. 이 오묘한 조화가 꽃의 존재 자체를 더 돋보이게 한다.

매년 각기 다른 곳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난다. 개화상태나 날씨 등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다지만 유독 한 곳의 꽃은 그 특유의 화려함이 드러나지 않아 보인다. 시기를 달리해서 살펴봐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긴겨울 꽃을 기다리게했던 탓일까 '덧없는 사랑',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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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밤과 낮

볕과 그림자

공간과 시간

당신과 나

경계는 서로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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