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섬진강 매화를 시작으로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까지 봤으니 꽃나들이로는 순항 중이다. 여기저기 앞다투어 피는 이른 봄꽃들이 난리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동백의 붉음에 매화의 향기가 주는 매력을 모두 가진 꽃이 납매다.

내 뜰에도 이 열망을 담아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다섯해째다. 꽃을 품고 망울을 키워가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한다. 이미 2~3 송이 피었다.

납매도 종류가 제법 다양한가 보다. 우선은 꽃 속이 붉은 색을 띠는 것과 안과 밖이 같은 색으로 피는 것만 확인 했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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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있는 힘을 다해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이상국 시인의 시 "있는 힘을 다해"다. 백조의 발버둥, 흙을 밀어내는 새싹, 숨쉬는 내가 그리 다르지 않다. 아무렇거 않게 보여도 순간순간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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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른 꽃소식에 마음이 앞선다. 귀한 때 귀한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익히 알기에 마음따라 몸도 부지런해져야 할 때다. 유난히 포근한 겨울이라 꽃소식도 빠르다.

한겨울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납매와 풍년화가 그 주인공이다. 추위에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꽂 향기에 취할 수 있어 그 고마움이 참으로 크다.

잎도 없는 가지에 꽃이 먼저 풍성하게 핀다. 꽃잎 하나 하나를 곱게 접었다가 살며시 펼치는 듯 풀어지는 모양도 특이하지만 그 꽃들이 모여 만드는 풍성함도 좋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한다. 힘겹게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두고도 찾지 못한 곳을 몇년만에 들렀다. 가지치기로 다소 외소해진 모습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옆에 함께 핀 납매와 함께 반갑게 눈인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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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가 아닌 곳에 꽃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못된 인간 하나가 꽃대를 뽑아 나무 둥치에 옮겨 놓았다. 저렇게 해놓고는 이쁘다고 사진을 찍었나 보다.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번개탄

신동진벼

암소

정순신

*애초에 사람을 향한 마음이 없다. 생각하는 머리마져도 없다. 혼자라면 어르고달래 방법을 찾아볼 염두라도 낼까 싶지만 속한 무리가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벌거숭이 임금이 따로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근본이 없으니 곧 시들고말 것이다. 욕심이 불러온 자리가 언듯 좋아보이나 결과는 뻔하다. 천년만년 누릴거라 생각하겠지만 화무십일홍이라 이미 지는 날만 남았다.

5년?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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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아름답고 저녁도 아름답고, 날씨가 맑은 것도 아름답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답고 물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돌도 아름다웠다. 멀리서 조망해도 아름답고 가까이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불상도 아름답고 승려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안주가 없어도 탁주가 또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이 없어도 초가樵歌가 또한 아름다웠다.

요컨대, 그윽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맑아서 아름다운 곳도 있었다. 탁 트여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높아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담담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번다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고요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적막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와 함께 하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름다운 것이 이와 같이 많을 수 있단 말인가!

이자는 말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옥(李鈺, 1760~1815)의 중흥사 유기重興寺 遊記 총론總論의 일부다. 장황스럽게 펼쳐놓았으나 결국 가佳, 아름다움에는 따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닐까.

섬진강 탐매探梅를 시작으로 혹 때를 놓칠세라 빼놓지 않고 다니는 꽃놀이의 모두가 이 아름다울 가佳로 모아진다. 대상이 되는 꽃만이 아니라 가고 오는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물이 그러하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이들이 아름답다. 대상이 아름다운 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이를 공유하는 모두가 그렇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꽃놀이를 가는 이유다. 이미 시작된 봄 우물쭈물 머뭇거리지 말자. 후회는 언제나 늦다.

겨울을 건너온 남도의 노루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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