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소한도 九九消寒圖

옛 선비들은 추운 겨울 동짓날에 창호지에 흰 매화꽃 81송이 (9×9=81)를 그려 벽이나 창문에 붙여놓고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 송이씩 빨갛게 색칠을 했다.

그로부터 81일 되는날 빨갛게 칠한 매화꽃이 완성될때쯤이면 창밖에는 진짜 매화가 꽃을 피워 봄을 알려주었다. 비로소 겨우내 함께했던 소한도를 걷어내고 뜰 앞에 핀 매화를 맞이했으니 일상을 사는 멋이요 풍류가 아니였을까 싶다.

구구소한도는 다양한 형태로 즐겼는데 그중에는 9획으로된 9글자를 하루에 한획씩 쓰면 81일후에 홍매화가 피는 봄이 오는 것이다. 이때 쓰인 글자가 정전수유진중대춘풍 亭前垂柳珍重待春風으로 정자앞 뜰에 수양버들은 진중하게 봄바람이 불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춥고 긴 겨울동안 한송이씩 붉은꽃을 피우며 봄에 대한 희망을 키워갔으리라. 겨울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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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이른 봄, 꽃을 보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으로 치자면 바람꽃이 선두에 선다. 아직은 냉기가 흐르는 숲의 계곡을 기꺼이 엎드리게 하는 꽃이다.

화려한 변산바람꽃을 선두로 성질급하게 빨리 지고마는 너도바람꽃, 작지만 단아한 만주바람꽃 그리고 이 꿩의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단 친구들이다.

햇볕에 민감한 꿩의바람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제법 큰 꽃받침잎을 활짝 펼치고 숲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바람꽃들과는 다른 순수한 멋이 있다.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이 숨어 있는 꿩의바람꽃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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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홍매

늦은 사랑이 내게로 왔다
가장 늦은 사랑이 첫사랑이다
봄여름가을
꽃시절 다 놓치고
언 땅 위에서
나는 붉어졌다
누구는 나를 가리켜 봄이라 하지만
꽃물을 길어올린 건
겨울이다 인색한 몇 올의
빛을 붙들어 온몸을 태운
한 그리움의
失性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는가
지금 그리워해도 되는가
너는 묻지 않았으니
스스로 터져 봄날이 되는 사랑아
아직 얼어붙은 하늘에 뾰루퉁 입 내민
붉은 키스
가장 이른 사랑이 내게로 왔다

*이상국 시인의 시 "홍매"다. 제법 무르익어가는 봄, 눈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꽃이 피었다. 그것도 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어 지금 그리워해도 되는가를 묻는 겻눈질로 보는 홍매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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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겹으로 쌓여야 깊어진다. 그 쌓여서 두터워지는 시간을 건너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서 누군가는 아프고 외롭다. 이쯤에서라도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는지라 제 발로 수렁으로 들어가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모른다.

당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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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새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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