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

우수 경칩 지나고 춘분이다. 춘분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고 했다.

절기를 따져 무엇하리요 마는 내가 사는 이곳 농사짓는 어머니들은 여전히 밭갈고 씨뿌리는 기준을 삼는다. 농촌에 살지만 텃밭도 버거운 사람에겐 뒤란 채마밭에 거름냄새 나고 요란한 트렉타 소리 들리는 것으로 겨우 때가 된 것을 안다.

바야흐로 유록柳綠에 홀리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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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단정하고 때론 천연덕스럽기도 하다. 더군다나 우아함 속에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꽃을 이런저런 사연으로 찾아다니지만 그중에서도 애써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 중 하나다. 막 피어나는 중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드러낸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사람이 달라지면 그 감흥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의 시선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너나 나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엿보이는 마음이야 달리 도리가 없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주고 받은 이야기가 제법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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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
놓치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도 선택하라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매년 찾아가던 가까운 숲을 두고 멀리서 만났다.

청노루귀, 깽깽이풀 처럼 화려한 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얼레지 처럼 요염하지도 않다. 그저 순한 백색에 줄기에 비해 다소 큰 꽃을 피운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가냘픈 소녀를 보는 안타까움이 있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여인으로도 보인다. 얼레지가 스크린 속 공주라면 산자고는 담 너머 누이다.

향기로 모양으로 색으로 뽐내기 좋아하는 온갖 봄꽃 중에 나같은 꽃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잖아요 하는 소박한 이의 자존심 같은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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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의 그 본성은 붉다. 꽃들이 화려한 색과 몸짓으로 봄을 불러온다지만 그것은 다 서막에 불과하다. 봄은 언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순의 붉음을 보아야 비로소 시작된다. 봄을 새로운 희망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독 봄앓이가 서럽도록 아름다운 것은 붉은 생명의 속내가 꿈틀대기 때문이다. 붉은 생명의 기운이 생동하는 작약의 새순이다. 내가 봄을 맞이하는 근본으로 삼는다.

내 속이 붉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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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늘 찾게 되는 꽃이다. 같은 장소에 매년 풍성하게 올라와 눈맞춤 한다.

잎은 가늘고 쓰러질듯 힘없는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햇볕을 좋아해 한낮에 꽃을 활짝 편다. 이 꽃처럼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아나서는지도 모르겠다.

유독 눈에 들어와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 한참을 눈맞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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