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괭이밥
핏줄처럼 선명한 줄무늬가 돋보인다. 다소곳한 모습도 은근하게 주목하게 만들고 색깔도 순해서 좋다. 이르게 피는 다른 봄꽃들에 비해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으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인 그 순수함에 흠뻑 빠지게 되는 꽃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고양이가 먹는다고 한다.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4~5월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 가운데 붉은색 줄이 여러 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괭이밥은 괭이밥과는 달리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시들 무렵 잎이 올라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괭이밥속에 포함되는 종류로 애기괭이밥, 큰괭이밥, 괭이밥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사랑초라고도 불리우는 괭이밥의 '당신을 버리지 않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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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仙花 수선화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이정체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

오롯한 겨울 마음 둥글게 늘어뜨리니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 차갑게 주위를 둘렀네

고상한 매화도 뜨락의 섬돌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가에서 진정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세번째로 등장하는 김정희의 시 '수선화'다. 제주도 유배 시절에 지은 작품이다.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했던 김정희와 수선화의 인연은 젊은시절 중국 나들이로보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정희는 "맑은 물가의 진정 해탈한 신선"으로 묘사한 수선화의 이미지와 유배길에 올라 제주도에 머물던 자신의 처지를 연결지어 스스로를 돌아다 본 마음이 담겼으리라 짐작된다. 김정희가 좋아했던 수선화는 제주도에 흔하게 있던 금잔옥대로 본다. 이 책에선 금잔은대로 표현 되었다.

내게 수선화와의 인연은 오래 전 꽃 보자며 무등산 언저리를 드나들던 어느 봄날이었다. 길가에 홀로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이름을 알기 위해 알아보던 중 추사 김정희가 좋아했던 수선화라는 것까지 이어졌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던시절이라 무척이나 반가운 만남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사는 시골로 터전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면서 심었던 것 중에 하나도 수선화였다. 김정희의 수선화와는 조금 다른 품종이다. 꽃대 하나에 노랑색의 꽃이 하나 피는 종류다. 금잔옥대라고 부르는 수선화를 들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올 이월 제주 꽃나들이에 선듯 나선 이유도 마음 한구석 이 금잔옥대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추사적거지는 아니었지만 김영갑갤러리와 이중섭미술관에서 오랫동안 눈맞춤 했다.

이 책에서는 수선화를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시 수선화의 "물결 밟는 선녀 버선에 먼지가 이는데 희미한 달빛 아래 사뿐히 물 위를 밟네"에서 빌려와 "달빛 아래 물결 밟는 선녀의 발자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얀 꽃잎에 금잔을 올려둔 듯한 꽃이 주는 맑은 기운을 가슴 한켠에 담아둔다. 김정희와 정약용이 수선화 주고 받으며 나눴던 마음을 알듯도 싶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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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조그마한 뜰이 주인의 욕심으로 넘친다. 아직도 함께 하고픈 풀과 나무가 천지인데 더 이상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방법은 나누는 것일까? 보내야 들어올 틈이 생기리라.

모든 인연이란 것이 의도하고는 상관없이도 오나보다. 납매와 삼지닥나무가 들어오면서 함께온 나무가 둘 더 있는데 어린 묘목이라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해를 잘 견더주더니 그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비로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

미선나무, 서울 나들이때 찾아간 경복궁에서 보았던 나무를 내 뜰에 들이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신비할 따름이다.

미선나무의 미선尾扇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던 부채를 말한다.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나무라 하니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 하얀색의 미선,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이 있다.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향기에 색감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매력적인 나무다. 올해는 제법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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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벚꽃나무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목필균 시인의 시 "벚꽃나무"다. 봄을 건너는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보통 잎 보다 꽃이 먼저다. 흥건히 봄비 내리는 오늘 딱 그 풍경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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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 춘풍

春風空蕩漾 춘풍공탕양

明月已黃昏 명월이황혼

亦知君不來 역지군불래

猶自惜掩門 유자석엄문

봄바람은 괜스레 살랑살랑 불어오고

달이 밝으니 이미 황혼이구나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면서

그래도 문을 차마 닫지 못하네

*조선사람 복아(福娥)의 시다. 황윤석의 '이재란고'에 복아의 어머니가 부안의 명기 매창(梅窓)의 후손이라는 사연과 함께 실려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봄볕의 아지랑이도, 흐드러진 벚꽂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살랑거려야 봄이다. 싱숭생숭한 마음 피할 이유가 없다.

마음이 밑도 끝도 없이 살랑거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진 까닭이다. 기다리는 줄을 알면서도 오지 않은 이나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나 서로 못할 짓이다. 무심하게 달은 뜨니 심사는 더 복잡하다. 차마 닫지 못하는 대문은 또 무슨 죄인가.

봄바람에 한껏 젖혔던 꽃잎을 닫았다. 허망한 마음 단속이라도 할 요량이지만 날 밝으며 대문을 열어두듯 꽃잎도 활짝 열어 젖힐 것이다. 봄 석달 열흘 내내 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다.

모든 게 봄바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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