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새하얗게 변했다.

우여곡절이야 있었겠지만 그 덕분에 더 주목 받았으니 보상은 되었을 것이다.

그자리에서 그대로 다음에 다시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읽는수요일

내 오랜 친구들

해묵은 나무같이

함께 나이 먹은 친구는 든든하다

바쁜 시절 다 보내고

내리막길에 손잡고

가고 싶은 곳 동행하는 친구들

누가 은행나무인지

누가 아카시아인지

누가 소나무인지 알아가면서

연륜이 묵은 정 속에 담긴다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는 나이

소중해서 정답고 정들어서 소중한

나만큼 낡은 친구가

웃어도 알고 울어도 안다

*목필균 시인의 시 "내 오랜 친구들"이다. 지나온 시간을 미소로 돌아보며 내일이 든든해지는 힘이다. 할 수 있을 때 놓치지 않고 눈맞춤 해야 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春日 춘일

金入垂楊玉謝梅 금입수양옥사매

小池春水碧於苔 소지춘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 연자불래화미개

봄날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봄 시름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얕은가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조선사람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春日 춘일이라는 시다.

온전히 누려야 할 봄날이다.

봄빛도 어느덧 짙어지는 때인지라 선명했던 연두둣빛 새순들이 묻혀지는 아쉬움이 크다. 다투어 드러내는 것들이 바야흐로 감추어야 할 때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숨어들기 전에 품어야 할 것은 품고 보내야 할 것엔 미련을 두지 말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레지
봄 숲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해질 무렵 숲에서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햇볕 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이른 봄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함도 느껴진다. 숲 속에서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7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心醉심취

얼레지 핀 숲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꽃과 눈맞춤 했다. 처음엔 화려한 자태에 넋놓고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눈에 익자 은근하게 달려드는 향기에 젖어서 나중엔 그 향기를 놓칠세라 차라리 눈을 감고 말았다.

새싹이 올라와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 햇살이 눈부시게도 비춘다.

어찌 취하지 않을쏘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