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참스승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목필균 시인의 시 "참스승"이다. 굳이 몰라도 된다지만 '꽃 이름'만이라도 안다면 그 다음은 훨씬 풍부해집니다. 꽃을 보는 마음으로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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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보이면 비로소 멈추는 것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볼 수 있고 멈출 수 있다는 그것

속도를 줄이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고

멈추었더니 속내를 보여주었다.

이젠 일상의 속도에서도

멈추었을 때 보았던 것들이 보인다.

스치듯 언듯 보이는 모습에도 지나치지 않고

차를 멈춰 돌아갈 수 있는 마음,

그것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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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

볕이 좋은 봄날 숲을 걷는 것은 분주함이 동반한다. 몸은 느긋하지만 눈은 사방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꼭 먹이를 찾는 새의 마음을 닮았다. 아직 풀들이 기승을 부리기 전이지만 숨바꼭질 하듯 꽂과의 눈맞춤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게 봄 숲을 거닐다 만난 꽃이다.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야생 난초이다.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고 집에서 키우는 분들도 많아 친숙한 봄꽃이다.

눈에 보이는대로 모았더니 그것도 볼만하다. 보춘화는 생육환경 및 조건에 따라 잎과 꽃의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품종이다. 난을 구분하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그꽃이 그꽃으로 다 비슷하지만 눈밝은 이들에겐 분명 차이를 안다고 하니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나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눈맞춤하기에 좋은 꽃이다. 친숙하기에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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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 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하나다.

꽃술이 진한 자주색이라 저 위쪽지방에 있다는 노랑꽃술의 깽깽이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준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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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

一聲春夜萬山啼 일성춘야만산제

啼破幽寃血萬枝 제파유원혈만지

欲識千年亡國恨 욕식천년망국한

暮風微雨落紅時 모풍미우낙홍시

두견화를 보고 고시에 차운하다

봄밤 온 산에 두견새 울더니

울음 그치자 통한의 핏물 가지에 한가득.

천년 이전의 망국의 한을 알려면

저녁 바람 가랑비에 지는 꽃을 봐야 하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네번째로 등장하는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의 시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이다.

이 책에는 진달래를 "꿈에도 그리는 고향의 꽃"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최치원이나 구봉령의 시에 담긴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식물 이름인 '진달래'라고 하면 될텐데 굳이 '진달래꽃'이라 표현한 이유가 한자어로 두견화라서 그런건가도 싶다.

내게 진달래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싶을때 야산 언저리를 보면 어김없이 이 꽃이 피어 있던 꽃이다. 젊은시절 매케한 최루탄 연기 속의 학교 안 동산에서 언듯 보였던 꽃으로 4월을 대표하는 꽃이었다.

멀리는 4ㆍ3제주항쟁과 4ㆍ19의거 가깝게는 4ㆍ16 참사에 이르기까지 유독 애달픈 사연이 많은 4월이기에 진달래의 그 핏빛 꽃잎에 기대어 울분을 토해내곤 했었다.

참꽃이라는 말, 화전놀이 등에서 진달래는 그저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과 긴밀하게 관련된 꽃이기에 그 의미는 특별하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 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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