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문장 하나에 걸려넘어진다. 정채봉 선생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이라는 책의 머릿말의 일부다. 우연히 내게 온 오래된 이 책은 초판본이 2001년이니 20여 년을 건너와 손에 들어온 셈이다. 다시 새로운 글로는 만나지 못할 일이기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 여긴다.

내게 화두 처럼 함께해 온 생각과 맥이 통하는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바짝 긴장하거나 반대로 한없이 풀어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이제는 단어나 문장을 벗어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슴에는 늘 파도 소리 같은 노래가 차 있었고 설혹 슬픔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개미끼리 박치기하는, 별것 아닌 웃음거리 한 번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머릿말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선생님은 바다를 처음 본 그것도 동해바다의 특별한 느낌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이제 바다의 넓고 깊은 품에 안겨계실까?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어디서 차용한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는 이미 잊어버렸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되뇌이는 이 문장이다. 위의 정채봉 선생님의 문장과 그 맥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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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에 쌓여 키워온 마음이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켠다. 안으로만 안으로만 쌓아둔 속내가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비집고 나온 것이리라. 연노랑 꽃잎을 마저 열지도 못하면서 고개까지 떨구었지만 의연함을 잃지는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숨죽여 내리는 비라도 쌓이면 망울지게 마련이듯 감춘다고 해도 감춰지지 않은 것들이 부지기수다.

들키면 안될 무엇이 있는 것일까.

소리도 없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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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슬붕이

딱히 대상을 정해두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숲에 들었을 때에 볼 수 있으면 좋다. 그것이 풀이건 나무건 특별히 구분하지도 않는다. 들어가고 싶었던 숲에 들어 걸음을 멈추고 숲의 공기와 소리, 색과 빛 그리고 냄새까지 내 눈과 귀와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볕이 잘드는 땅 가까이에서 하늘을 향해 속내를 마음껏 풀어냈다. 과하지 않은 보라색의 꽃잎에 햇볕을 품에 제 본연의 색을 발한다. 여리디여린 꽃대에 어찌 저렇게 큰 꽃잎을 달고 있을까. 땅에 바짝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슬처럼 자줏빛 꽃이 뭉쳐 피어 구슬이 송송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구슬붕이에 비해 크다고 해서 큰구슬붕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꽃을 피우는 것으로 구슬붕이, 봄구슬붕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숲으로 깊숙하게 내려않은 햇볕이 봄 숲에 기쁜 소식을 던해주듯 큰구슬붕이는 보는이에게 꽃말 처럼 봄의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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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샛길로 들어가고,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낮추고, 잠깐의 평화로운 순간을 위해 일찍 길을 나서며, 스치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기꺼이 거슬러 올라가고, 신발을 벗고 냇가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서는 것, 무엇이든 시선이 머무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세상을 조금 낯설게 보고자했던 이런 시도가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도 그 멈추지 않을 길 위에 서 있다.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이길 소망한다. 이기심의 극치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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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붓꽃'

꼭 집어 대상을 선정하고 때맞춰 일부러 찾아간다. 그곳에 가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노루귀, 변산바람꽃, 깽깽이풀, 노각나무, 함박꽃나무 등 그렇게 찾아가는 몇가지 식물 중 하나다.

딱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비슷한 금붓꽃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곱고 더 순해서 한결 친근함을 불러오는 꽃이 이 노랑붓꽃이다.

노랑붓꽃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남부지방에 자생지가 있으나, 자생지 및 개체수가 극히 드물어 보기 쉽지 않은 꽃이다. 비슷힌 금붓꽃과 차이는 잎이 보다 크고 넓고, 한 꽃대에 꽃이 1~2개씩 달리는 것이 다르다.

작은 차이지만 느낌은 사뭇 달리 다가온다. 글로 설명하기 전에 느낌이 다른 것으로 식물의 종류를 구분하는 묘한 재미를 노랑붓꽃으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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