煮茗香 자명향

呼兒響落松蘿霧 호아향락송나무

煮茗香傳石徑風 자명향전석경풍

아이 부르는 소리는 송나를 스치는 안개 속에 들려오고

차 달이는 향기는 돌길의 바람을 타고 전해오네.

*진각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가 있는 억보산 백운암을 찾아 갔을 때, 산 아래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읊은 시라고 한다.

송나松蘿를 쓴 스님의 모습에는 이미 차향 가득할테니 들고나는 모든 소리 역시 차향이 배어있으리라. 차 달이는 향기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찾아본 글귀다.

꽃이 떨어지는 것은 땅 위에서 한번 더 피려는 것이다. 꽃 떨어진 자리에 바람이 일어 다시 피어난 꽃에 숨을 더한다. 물에도 젖지 않은 꽃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그리운이에게 마음을 담아 '헌화가'를 부르기 위함이다

자명향 煮茗香,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헌화가를 부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진 자리에 꽃향기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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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난초
봄이 무르익을 무렵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들이 난초 종류다. 춘란으로부터 은난초, 은대난초, 금난초, 약난초, 새우난초, 감자난초, 닭의난초, 병아리난초 등으로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그중에 하나인 은난초다. 은빛 꽃이 피는 난초라는 의미로 은난초라고 부른다.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녹색의 잎에 흰색의 꽃이 피니 눈여겨 보지 않으면 만나기 쉽지 않은 식물이다. 작은 키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난초를 찾는 이유는 수수함에 있다.

지난해 봐둔 곳이 있어 짬을 내 가벼운 나들이를 한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기에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군대군대 올라오는 은난초를 찾아 숨바꼭질 하듯 눈맞춤을 한다.

가까운 곳이라 한결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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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갓 태어난 병아리의 봄빛을 담았네

野行 야행
水驛蒼茫落日時 수역창망락일시
漁村酒店遠依依 어촌주점원의의
辛夷花發長堤路 신이화발장제로
驢背歸來雨滿衣 려배귀래우만의

들길을 가며
물가의 역참에 창망히 해가 지는데
어촌 주막집이 멀리 흐릿하네.
개나리꽃 활짝 핀 긴 제방 길을
나귀 타고 돌아오노라니 비가 옷에 가득하네.
-이산해. "아계유고" 권1 '기성록'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아홉 번째로 등장하는 이산해(李山海, 1539~1609)의 시 '野行'야행이다.

이산해가 유배 중이던 경상도 평해의 황보촌에서 개나리가 활짝 핀 제방을 따라 빗속에 나귀 타고 돌아오면서 지은 시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꽂쟁이들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노랑색으로 피는 꽃은 다 개나리로 퉁치자고 할 정도로 친숙한 꽃이다.

그런데 없다. 아무리 찾아도 개나리를 찍은 사진이 달랑 하나 뿐이다. 흔하게 볼 수 있어 친근하고 봄을 대표하는 꽃인데 사진으로 담지 않았나 보다. 내 뜰에도있는데 말이다. 하여 첫번째 사진을 제외하고는 꽃친구 평상과 송인혁 님의 도움을 받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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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화려한 모란이 지고 나면 탐스런 작약이 핀다. 이 작약이 피면 비로소 무르익은 봄을 한껏 누리게 된다. 꽃으로는 화중왕이라는 모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색상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한몫한다.

원예종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꽃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해 왔으며 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여러 개가 한포기에서 나와 곧게 서고 잎과 줄기에 털이 없고 뿌리가 굵다.

꽃은 5월에 줄기 끝에 1개가 피는데 붉은색, 흰색 등 다양하며 많은 원예 품종이 있다. 요즘엔 겹꽃도 많이 보인다. 꽃만 보면 모란과 흔하게 혼동하는데 모란이 나무라면 작약은 풀이다.

아름다움으로 오나라를 망치게 했던 서시와도 비교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작약은 의외로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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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 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문태준 시인의 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이다. 나는 여기에 무엇을 더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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