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초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금난초라는 이름은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주로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여기저기 꽃보러 다니는 길에서 문득 만나기도 하고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서기도 한다. 우연히 보게되거나 찾아간 만남이거나 언제나 환호성을 자아내게 하는 특별한 존재다.

숲에 홀로 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일까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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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꽃의 비밀

숨을 쉬려고 꽃은 피어나는 거래요

숨 한 번 쉬어 일어나서 미풍이 되려고 피어나는 거래요

우리가 오카리나를 불던 음악 시간에 꽃들은 더욱 보드랍게 피어났지요

꽃밭에서 꽃들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 홍조를 얹고 호흡을 주고받고 서로의 입구가 되었지요

꽃들은 낮밤과 계절을 잊고 사랑하며 계속 피어났지요

*문태준 시인의 시 '꽃의 비밀'이다. 나날이 꽃 피는 시절인데 내가 꽃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상이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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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살고 싶은 선비의 서툰 세상나들이를 위로하는 것이 지는 매화이고,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지고마는 것이 벚꽃이다. 있을때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뒷북치며 매달리다 스스로 부끄러워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면 즈려밟는 것이 진달래다. 일하는 소의 눈망울을 닮은 사내의 커다란 눈에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지는 산벚꽃이고 지극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것이 목련과 노각나무다.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하얗게 불사르고 난 후에도 순결한 속내를 고스란히 간직한 때죽나무와 쪽동백처럼 뒷 모습이 당당한 꽃을 가슴에 담는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희나리 처럼 물위어 떠 있던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먹먹함에 숨죽이고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무덤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가 올 봄에도 이어진다. 매화의 수줍은 낙화로 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는 동백에서 벚꽃과 진달래, 철쭉으로 이어졌다가 모란에서 주춤거린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에서 다시 시작되어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한 고개를 넘는다. 찬바람 불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나무꽃 지는 모습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숲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서 다시 꽃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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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을 내다'

들숨과 날숨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풍경을 울려 그리운 이의 소식을 전하려고 오는 바람의 길이고, 대지의 목마름을 해갈할 물방울이 스며들 물의 길이다. 한곳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교감의 길이며, 공감을 이뤄 정이 쌓일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내다 보는 여유와 들여다 볼 수 있는 배려가 공존하고, 누구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에게만 허락된 정情의 자리이기도 한ᆢ.

내게 있어 그 창窓은 산과 들에 피는 꽃이고 힘겹게 오르는 산이며 자르고 켜는 나무고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인 카메라며 내 안의 리듬을 찾는 피리다. 있으나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 초사흘 저녁과 그믐날 새벽이면 어김 없이 찾게 되는 달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사숙하는 이름을 만나게 해준 책이다. 무엇보다 미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바로 당신이다.

그 창窓에 나무새 한마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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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약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어느날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된 꽃앓이가 해가 지날수록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져만 갔다. 꽃이 필 때가 되면 수시로 검색하며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다 마음졸이며 몇 해가 지났다.

그러는 사이 한 해에는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봉우리 맺힌 것을 보았고 이듬 해에는 같은 길 다른 곳에서 꽃이 진 후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숨바꼭질 만 하다 정작 꽃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 올해는 문득 꽃친구가 몇 년 전에 올렸던 꽃사진을 찾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꽃소식과 함께 보러가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에서 수줍게 핀 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재배하는 작약과는 다른 종류다. 깊은 산에서 자라며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잎의 뒷면에 털이 난 것을 털백작약, 잎의 뒷면에 털이 나고 암술대가 길게 자라서 뒤로 말리며 꽃이 붉은색인 것을 산작약, 산작약 중에서 잎의 뒷면에 털이 없는 것을 민산작약이라고 한다."

곱고 우와하고 단정하다. 달리 무슨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넋이 나갈 정도로 매력적이다. 갈증은 해소했으나 그리움이 커졌다.

꽃 필 무렵이면 산 넘고 물 건너 올 꽃소식에 목이 길어질 것이다. 벌써 다음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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