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파고드는 햇살이 생명을 키우듯 지금은 시우時雨, 때맞춰 내리는 비가 필요한 시간이다. 숲에 햇볕이 쏟아지듯 흐린 하늘에서 한바탕 비를 쏟고 나면 다시 환한 햇살 만날 수 있으리라.

더위는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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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난초'

먼데서 오는 꽃소식이라도 마음을 언제나 반갑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꽃 피었다는 소식에 만나러 갈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시간을 내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 또한 꽃이 준 선물이다.

큰 길가 나무 밑에 있지만 볕이 드는 순간 유난히 빛나는 꽃이다. 꽃대에 많은 꽃을 달았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 꽃대와 황갈색 꽃, 하얀 꽃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다.

왜 감자난초일까. 둥근 알뿌리가 감자를 빼닮아서 감자난초라고 한단다. 감자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 이름 때문에 더 기억되기도 한다. 크기와 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숲 속에서 만나는 꽃들은 모두가 숲의 요정이 아닐까 싶다. 있을 곳에 있으면서 그곳에서 빛나는 모습이라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말이 '숲속의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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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20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요기합니다.ㅎㅎ
 

미스김라일락

꽃보러 간다며 나선 길이었다. 국도를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지나가다 언듯 눈에 들어 온 꽃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하기 위해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 돌아와 차를 세우고 확인해 보니 만개한 미스김라일락이다.

독특한 이름의 미스김라일락은 라일락과 같은 수수꽃다리속에 속한다. 미국 군정시절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하여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하였다. 그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김(kim) 씨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970년 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정원식물로 심기 시작하였다.

미스김라일락은 꽃봉오리가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다가 점점 연보라색으로 만개할 때는 하얀색으로 변한다. 짙은 향을 내며 꽃은 라일락에 비해 자잘하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나비 한마리 날아오더니 팔랑거리며 여기저기를 탐한다. 이쁜 모습을 찾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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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무릉의 신선이 보낸 선물

寄雙溪齊桃花洞 기쌍계제도화동

北嶽攢靑矗幾層 북악찬청촉기층

雙溪流水碧澄澄 쌍계유수벽징징

桃花萬樹紅如海 도화만수홍여해

未必桃源在武陵 미필도원재무릉

쌍계재의 도화동에 부치다

북악산 푸른 봉우리 몇 층으로 솟았는가?

쌍계에 흐르는 물은 맑디맑아 푸르네.

일만 그루 복사꽃이 바다처럼 붉으니

도원이 무릉에만 있는 게 아니로다.

-서거정, '사가시집' 권5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열세 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시 "寄雙溪齊桃花洞 기쌍계제도화동"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에서 복사꽃에 대한 이미지를 두가지 상반된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필 때는 모두 꽃구경을 갔으면서도 화려하게 핀 꽃이 너무 흔해서 천시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내게 복사꽃은 안평대군의 꿈을 그렸다는 안견의 그림 "몽유도원도"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동양에서 도화원이나 도원경의 이상향에 등장하는 복숭아꽃의 그 이미지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 있다. 이곳에서 가까운 어느 시골 골짜기에는 복숭아나무가 천지다. 경사면을 이룬 그곳에 복숭아꽃이 필 때면 많이 이들이 찾아 도원경을 감상하곤 한다. 나도 매년 찾아가는 곳이다.

내뜰에도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첫 열매가 열리고 신기해하다가 익은 제법 많은 복숭아를 따서 아주 달콤하게 먹었다. 그 처음을 끝으로 다시는 맛을 볼 수 없었다. 매년 벌레를 이기지 못하여 그냥 꽃만 보고 만다. 열매보다 꽃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 하지만 첫 수확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첫 복숭아나무는 죽었고 다시 심은 나무에 올해도 제법 많은 열매가 달려 있긴 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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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삼'
노고단을 오르는데 못보던 녀석이 길 아래 숲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손짓 한다. 어찌 그냥 지나치랴. 망설임도 없이 비탈을 내려가 눈맞춤 한다. 이렇게 만난 후 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자주 만나게 된다.

흰색의 꽃이 뭉쳐서 피었다. 연한 녹색에서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느다란 꽃대는 굳센 느낌이 들 정도니 꽃을 받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녹색의 숲과 흰색의 꽃이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삐쭉 올라온 꽃대가 마치 노루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루삼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두승마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숲 건너편에 서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는 노루를 보는 느낌이다. 꽃말은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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