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무릉의 신선이 보낸 선물
寄雙溪齊桃花洞 기쌍계제도화동
北嶽攢靑矗幾層 북악찬청촉기층
雙溪流水碧澄澄 쌍계유수벽징징
桃花萬樹紅如海 도화만수홍여해
未必桃源在武陵 미필도원재무릉
쌍계재의 도화동에 부치다
북악산 푸른 봉우리 몇 층으로 솟았는가?
쌍계에 흐르는 물은 맑디맑아 푸르네.
일만 그루 복사꽃이 바다처럼 붉으니
도원이 무릉에만 있는 게 아니로다.
-서거정, '사가시집' 권5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열세 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시 "寄雙溪齊桃花洞 기쌍계제도화동"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에서 복사꽃에 대한 이미지를 두가지 상반된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필 때는 모두 꽃구경을 갔으면서도 화려하게 핀 꽃이 너무 흔해서 천시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내게 복사꽃은 안평대군의 꿈을 그렸다는 안견의 그림 "몽유도원도"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동양에서 도화원이나 도원경의 이상향에 등장하는 복숭아꽃의 그 이미지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 있다. 이곳에서 가까운 어느 시골 골짜기에는 복숭아나무가 천지다. 경사면을 이룬 그곳에 복숭아꽃이 필 때면 많이 이들이 찾아 도원경을 감상하곤 한다. 나도 매년 찾아가는 곳이다.
내뜰에도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첫 열매가 열리고 신기해하다가 익은 제법 많은 복숭아를 따서 아주 달콤하게 먹었다. 그 처음을 끝으로 다시는 맛을 볼 수 없었다. 매년 벌레를 이기지 못하여 그냥 꽃만 보고 만다. 열매보다 꽃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 하지만 첫 수확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첫 복숭아나무는 죽었고 다시 심은 나무에 올해도 제법 많은 열매가 달려 있긴 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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