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등불버섯

키큰나무들로 숲은 이미 그늘에 들었다. 나도제비란을 보기 위해 들어간 숲에서 보았던 이 노랑빛을 내는 이상한 녀석을 만나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데 지난해 그곳과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줄기와 머리가 확연이 구분된 모습에 노랑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길어봤자 손가락 크기만 한 것들이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치 콩나물이 자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검색으로 같은 모습의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이름을 '습지등불버섯'이라고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DB에도 검색되지 않는다. 습지에서 자라고 등불을 켜놓은 모습이 연상되기에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처음 본, 더구나 알지 못하는 대상의 이름이라도 알아보려고 이곳저곳을 기웃대는 동안 신비로운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숲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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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이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로 온몸에 생채기를 남겨 기록함으로써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핀 꽃이 떨어져 다시 피었다가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정情이 든다는 것,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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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제왕으로 군림하는 독보적 꽂

詠牧丹 영목단

風流富貴百花尊 풍류부귀백화존

國色天香到十分 국색천향도십분

如何箇樣花開大 여하개양화개대

不及區區芥子孫 불급구구개자손

목단을 읊다

풍류와 부귀는 온갖 꽃 중에서 높고

국색과 천향은 온전함에 이르렀네.

어이하여 그토록 꽃이 크게 피면서도

보잘것없는 겨자의 자손만큼도 번성치 못하는가?

-서거정, '사가시집' 권3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스물여덟 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 1420 ~ 1488)의 시 "詠牧丹 영목단"이다.

모란은 중국이 원산지로 5월에 붉은색의 꽃이 피는 나무다. 비슷한 꽃이 여러가지 색으로 피는 작약은 풀이다.

모란이라 하면 우선 신라의 선덕여왕의 설화에 등장하는 것으로 기억된다. 당태종이 모란 그림과 함께 씨앗을 보내왔는데 덕만공주가 그 꽃에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듬해 핀 모란은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공주가 그렇게 이야기 한 이유는 그림 속에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모란에는 향기가 없을까? 무수한 벌들이 날아들어 꽃속에 묻힐듯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란은 진한 향기를 풍긴다.

모란은 대체로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풍성한 꽃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양반집 뜰에는 반드시 모란을 가꾸었던 것과 수많은 문학작품과 그림에 등장하는 것이 반증이리라.

내게 모란은 어린시절 외갓집 장독대 옆에서 붉게 피던 그 모란으로 기억된다. 학창시절에는 김영랑의 모란으로 옮겨왔고 내 뜰을 가진 지금엔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겨우 닷새 보고 마는 애뜻함으로 남았다.

붉은색으로 피는 모란이 주는 화려함 보다는 흰색으로 피는 모란의 단아함에 더 빠져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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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개불알꽃)

때맞춰 그곳에 가면 꽃 피어 반겨준다는 믿음이 주는 위로는 참으로 크다. 매년 혹시나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데 올해도 하나뿐이다.

붉게 염색한 조그마한 항아리를 달고 당당하게 서 있다. 특이하고 이쁜 꽃이 키도 제법 크니 쉽게 보인다. 이로인해 급격한 자생지 파괴가 일어났으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꽃이다.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꽃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냄새 때문에 까마귀오줌통, 모양 때문에 요강꽃이라하며, 복주머니꽃, 작란화, 포대작란화, 복주머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튀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은 이꽃이 수난당할 것을 예고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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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각별한 사람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 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김명인 시인의 시 '각별한 사람'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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