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나를 버리고 얻은 절대자유
생로병사, 재물, 권세, 명예, 사랑, 희로애락 등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평생 떨치지 못하는 것들이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매번 좌절하면서도 삶의 의미, 인간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역시 우리는 늘 반복해서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인류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늘 함께해온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는 너무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떨치지 못할 문제라면 심사숙고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바쁘고, 무한경쟁이며, 남을 이겨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삶에서 궁극적으로 얻는 가치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 즉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던 많은 사람들 중 동양철학의 진수를 담고 있는 [장자]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이 책은 중국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 안희진이 장자의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장자는 어떤 사람일까? 장자는(莊子)는 4세기경 사람으로 본명은 주(周)다.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 철학자로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노자사상을 계승, 발전시켰다. 후세에 노자와 함께 부를 때 노장(老莊)이라 부른다. 장자의 저서 [장자]는 여러 사람의 글들을 편집한 것이다. 33편이 현존하며,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자의 사상은 절대무위(絶對無爲)를 기본 원리로 하며, 유와 무는 모두 확정할 수 없고 병존하며 서로 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일체의 문화가치와 지식은 상대적으로 인생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보며, 정신의 절대 자유를 추구하고 각 사람이 자유스럽고 평등한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장자의 문제제기로 출발하고 있다. 깨끗함과 더러움, 옭고 그름, 진실과 거짓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살피고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응지와 삼인사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통해 근본의 문제에 대한 접근을 말한다. 즉 자신의 신발을 다른 사람이 자기 것으로 주장할 때 둘 다 말없이 벗어주었지만 다시 그 사람이 자기 신발이 아니라며 돌려주었을 때 유응지는 돌려받지 않았고 삼인사는 돌려받았다. 이것을 통해 장자는 두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인 나(我)에 대한 기준을 허물어 버려 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는 근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장자를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자신이 처한 조건이나 환경 등에 구애됨이 없이 맑은 영혼의 회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옭고 그름은 인간이 특정한 조건에서 합의한 가치관이기기에 그 속에는 인위적인 가치가 내재되어 있어 진정한 가치는 아니라는 말이다. 장자는 본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성품을 중요시 하는데 그것은 각자가 타고난 내면의 순수한 성품이며 이는 맑고 밝은 본연의 것으로 장자가 말하는 선이라고 한다. 이러한 선은 실상을 통찰하는 맑은 영혼으로 삶이 활성화되면서 완전한 자유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에 이른 사람은 완전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완전한 사랑으로 세상을 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장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화를 통해 말해주는 표현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서부터 공자와 같은 사상가들도 함께 등장한다. 공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장자의 사상이 어떻게 올바른가를 비교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 같다. 논어에 등장하는 인의예지신을 비롯한 사상은 결국 인간 세상의 윤리와 도덕적 가치이기에 한계를 가진다며 이것 역시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대무위를 이야기 하는 장자와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는 동양철학의 중요한 축으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장자를 군중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비롯하여 현대인들이 느끼는 일상의 구체적 삶의 문제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깊은 맛을 더해가는 고전 속에 담긴 철학자들의 지혜로운 방법과 현대인의 소통이다. 대하기 어려운 장자의 사상을 현대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점이 가장 반가웠다. 이 책을 통해 동양고전과 자신을 돌아보는 길에 한발 더 나간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 장자가 나타난다면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갑옷 같은 껍데기를 벗고 나라고 하는 것을 무장해제 시켜 얻을 수 있는 절대자유, 그 절대자유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젊음과 자유로움에 대한 깨달음
요즘 아버지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평생을 누구보다 부지런히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주름살과 병들어 아픈 몸으로 기운 없어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통해 내가 나이 들어 사회로부터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때는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갈까하고 유추해 보는 것이다. 썩 희망적인 모습은 아닌 듯 싶다. 살아온 만큼 아직 살아갈 날이 남아있다고 본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나이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이 들어감이 흉이 되지 않은 사회를 상상하는 것이 혼자만의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좋겠다. 80살이 넘었는데도 하고 싶은 일에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눈은 부러움이 가장 먼저 일 것이다. 여기 그런 사람이 있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의 삶이 그렇다. 내키는 대로 살면 늙는 것도 유쾌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그의 삶이 투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여든 하나이면서 여전히 성장하는 중인 불량 노인 저자 세키 간테이는 노화방지 학원을 열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조각가이며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나고 골동품에 대한 조예도 깊다. 또한 젊은 시절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불교를 만나 고행하는 수도자이기도 했다. 그의 이력이 보여주듯 실없는 듯 보이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깊고 넓은 인생의 지침이 있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은 여든한 살 불량 노인, 여전히 건재합니다, 불량이란 ‘시들지 않는’ 삶을 말합니다. 남자들이여, 죽을 때까지 색기를 갈고 닦아라, ‘여행’으로 인생의 때를 털어내고, 인생, 타성이 생기면 끝장입니다. 이렇게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지만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생로병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접근을 통해 깊은 성찰과 수행의 결과가 나타나는 커다란 울림이 있기에 어느 글에서건 따스한 미소가 있다. 그 울림은 민망스런 색기를 이야기하고, 버스 한 대로는 부족한 여자 친구를 이야기하고, 술집의 어수선한 풍경이 담겨있지만 오히려 세속에 물들지 않아 보여 그 불량스러움이 더 자연스럽다.

[내가 있고 나와 같은 생명을 가진 살아 있는 사람이 있고 각기 생명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습니다.](76페이지)

자신이 고구마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여든 한 살이라는 현재가 고구마 꼬리쯤이여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세상에 걸림 없이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자신을 삶을 사랑하고 또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알지 못할 이야기라 생각한다.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들릴 때 찬란히 빛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 것이다.

서쪽하늘 붉은 노을이 보일 때 쯤, 어느 선술집을 기웃 거릴 여든 한 살의 불량노인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어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타성을 경계하고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늘 자신을 돌아보라며 술 한잔 건네고 있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정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니의 이름으로 살다간 여성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시대를 불문하고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직 자식을 사랑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뜻이 없는 것 같다. 가부장적 봉건시대를 살았던 시대에 가문과 자식의 앞날을 위해 어머니가 해야 하는 바른길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우리 역사에 이름을 떨치고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 까지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람들 뒤에는 반드시 그 어머니가 있었다.

저자 이은식의 [모정의 한국사]는 그런 위대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모아 새롭게 편찬한 책이다. 이은식은 이렇게 역사 속에 묻혀있는 자료를 발굴하여 테마에 맞게 재구성하고 현대인들에게 전달하는 의미 있는 일에 열성을 가진 저자 중 돋보이는 사람이다.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같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 사람들에게 역사 속 묻혀있는 보석을 꺼내 빛나게 하여 우리와 소통할 수 있게 해 주길 바래본다.

[모정의 한국사]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학자이자 대문호의 스승이었던 김만중의 어머니 해평 윤씨, 자식들의 교육이 인생의 전부였던 성간의 어머니 순흥 안씨, 운명을 뒤바꾼 헌신 박비의 두 어머니, 어머니의 죽음과 바꿔 빛났던 양사언의 어머니 문화 유씨, 명문 벌족을 탄생시킨 앞 못 보는 서성의 어머니 고성 이씨, 짙은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높은 산이 따른다 이준경의 어머니 평산 신씨 등 이름만 들어도 역사에서 그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사람들의 어머니들이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에서 이중적인 속박에 처한 자신의 삶에 오직 자식만을위해 살았던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더욱 이름을 떨친 사람들뿐 만 아니라 그들의 본가 뿐 아니라 외가의 어머니 가계까지 자세하게 살피고 있어 그들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하고 자세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유교, 봉건사회에서는 자신의 출세는 곧 가문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정쟁과 당파로 순식간에 몰락한 가문일지라도 다시 일어서는 통로가 바로 입신양명이었기에 집안을 책임지고 있었던 어머니들의 자식에 대한 교육은 당연히 가문의 유지를 받들고 자식을 성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는 시대 상황도 이해하게 된다.

하늘같던 남편이 죽고 가족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식을 교육을 위해 사대부의 체면이나 위신을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길쌈하고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며 모진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끝내 이루고자 하는 뜻을 굳히지 않은 모습은 모범이 되어 고스란히 자식들의 인품으로 나타나고 성공을 이끌게 된다. 그 길에는 양사언의 어머니처럼 목숨과도 바꾼 경우도 있다.

어찌 이 책에 언급되어진 어머니만 그러겠는가? 이 땅을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 모두는 바로 자식을 향만 마음에서는 모두 한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한 생생한 사진과 해설까지 있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여성의 지위를 대하는 시대와 상화도 변했고 자식 교육에 대한 의미도 변해온 현대사회지만 그 근저에 흐르는 자식사랑에 대한 어머니들의 마음은 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타임》지 에세이스트가 권하는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나이 마흔은 미혹됨이 없어 부동의 위상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이 글의 뜻을 알고부터 나는 나이 40이 되기를 기다렸다. 나를 둘러싼 온갖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은 자신을 보고 싶은 순진한 생각에서였다. 지금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 천명을 알아가는 나이로 접어들어 간다. 불혹이라는 나이는 미혹되지 않고 자신을 세운 완결의 나이가 아니라 더해지는 외부자극에 흔들림 없는 자신을 더 강하게 세우라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유쾌하게 나이를 드는 걸까?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을까 하고 이 책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을 손에 들었다. 인생에서 가능한 한 실수를 줄이고 유쾌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과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지혜를 담은 58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단순하고 심심하며 유쾌하고 때론 역설적인 반전을 보이는 저자의 글에서는 떠나지 않은 따스한 미소가 머문다. 58가지 이야기 중에 3.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 8. 당신을 지겹게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21.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 58. 먼저 사과하라, 화해하라, 도움을 주라가 유독 마음을 끌었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에서 해법으로 제시하는 [그녀가 옳다, 그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로]에서는 절로 웃음이 번진다. 상대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는 비법이 좋다.

미래를 알차게 준비하고 당당하게 우뚝 서려고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독자의 나이의 많고 적음에 구애됨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곧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끄달리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오늘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하지 말라와 ...가 아니다는 무슨 도덕적 근거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과 이런 식의 행동을 삼가라고 할 때 독자가 감수해야 할 뭔가가 있을 거라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타성으로 굳어 버린 반응과 충돌하지 않도록 경계하라. 그러면 완벽한 인생은 영원히 당신 것이 된다. 행운을 빈다.(서문)

속도전, 강박증, 불안감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이 들어감이
젊음을 빼앗기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긍정적으로 삶을 가꾸어가는 속에 희망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사람과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
김현아 지음, 박영숙 사진 / 호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었다
언젠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다는 생각에 난 우리나라의 희망을 봤다고 한 적이 있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여자 분들이 책과 친하게 지낸다면 자연스럽게 그 휘하에서 자라는 아이들 역시 그 영향으로 책이 담고 있는 드넓은 세상과 가깝게 지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다분히 가부장적인 사고라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생각은 여전하다.

당당한 역사의 주인이면서도 주인으로서의 권리와는 너무 먼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 대해 어쩌다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여성들을 보면서 운이 좋거나 좋은 상황을 만나서 그럴 거라 생각했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른 사람의 지위도 변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당당한 두 축으로 우뚝 서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 이르러 아직 미흡한 사회적 편견이나 구조적 제약이 있지만 그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에 의해 분명 바뀔 것이라 확신해 본다.

역사에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겼던 여성들을 오늘 다시 보게 된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를 통해서 그들이 살아온 그 시대와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오늘을 함께 만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삶을 살다 간 여성의 자취가 남은 공간을 찾아 나서며 어제와 오늘을 같은 시간대에 올려놓고 있다.

삼천궁녀와 소서노를 통해 백제의 부여를, 아랑이라는 언니귀신과 함께 밀양을, 남강 의암에서의 논개로 다시 보는 진주, 최초의 여성 소리꾼이었던 조선말의 진채선과 그녀의 후배들인 식민지 시대의 이화중선과 박초월의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남원과 고창에 이르는 발걸음이 생생하다. 봉건사회의 가부장적 한계를 넘어서는 듯싶기도 한 여성들의 몸짓을 통해 저자는 한 인간과 그를 있게 한 역사와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온전하게 드러내 놓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근대에 이르러 지금도 남도의 정서를 대변하는 목포의 눈물 이난영을 비롯하여 정신대 할머니와 혼불의 최명희, 토지의 박경리를 만나러 목포, 통영, 원주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우리의 역사와 사람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역사의 현장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여성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는 저자의 사람과 세상을 향한 스팩트럼이 보인다. 익히 알고 있었던 기존의 이야기를 [그녀들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각은 21세기의 “대동女지도”를 만든다는 목표 속에 온전히 담겨있다. 저자는 자의든 타의든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 삶이 아니라 온전히 한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에 이은 두 번째라는 이 책은 이미 당당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삶처럼 저자의 눈은 섬세하고 성실하며 따스하다. 저자의 발걸음이 닫는 모든 곳에선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사라지고 한 인간이 우뚝 서 있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