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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
무엇보다 향기로 기억되는 나무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열매가 담고 있는 향기는 적당히 강하고 달콤하며 때로는 상큼하기까지 하다.

구름무늬 모양으로 얼룩진 나무껍질의 아름다움에 통과의례 처럼 손으로 쓰다듬는다. 무늬가 선명하고 색감이 전하는 느낌도 좋다. 사계절 차가움을 전하는 시원함도 한몫한다. 붉그스레한 꽃도, 노오란 열매도 때마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눈맞춤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모과는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코자 하나니······"로 시작하는 시경의 위풍편에 실려있을 정도로 오래된 과일나무다. 이처럼 모과는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2~3천 년 전에도 모과는 이렇게 귀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뒷산에서 얻어온 나무가 커서 이제는 열매를 맺는다. 목과(木果)라고도 한다. 못 생겼다고 하는 열매에서 의외의 향기를 얻어서일까. '괴짜', '조숙'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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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뽀쪽한 가시로 중무장 했다. 지겨야할 무엇이 있기에 날카로움을 밖으로 세웠다. 단단한 나무고 깊숙히 열매를 품고 있기에 나름 방비를 갖췄다고 여겨지지만 가시까지 무장한 것으로 봐선 지키고자 애쓰는 것이 꼭 자기자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풀어헤쳐진 꽃잎의 자유분방함에 하얀색으로 유독 빛난다. 윤기나는 연초록 잎과 눈부시도록 하얀 꽃의 어울림이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여기에 향기까지 있어 탱자나무가 가지는 그 넉넉함은 넓고 깊다.

탱자나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위리안치圍籬安置다. 귀양 보내 주거지를 제한하는 형벌로서 집 주위에 탱자나무를 빙 둘러 심어 바깥출입을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시골 마을엔 울타리용으로 가꾼 흔적은 지금도 더러 남아있다.

열매, 뿌리, 껍질 등은 약재로도 쓰였고 요즘은 열매로 차를 담아 음용한다. 또한 소리꾼의 북을 치는 북채로는 탱자나무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추억'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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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꽃나무'
곱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자잘한 가지가 많은 크지않은 나무에 곱디고운 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멀리서 보아도 금방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 고운색에 과하지 않은 향기까지 은은하게 번진다.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꽃받침이 통처럼 생기고 겉에 잔털이 있으며 끝이 4개로 갈라져서 꽃받침은 타원형 또는 달걀꼴의 꽃잎처럼 된다.

팥꽃나무란 이름은 꽃이 피어날 때의 빛깔이 팥알 색깔과 비슷하다 하여 ‘팥 빛을 가진 꽃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본다. 팥죽이나 팥빙수를 만들기 위해 팥을 삶을 때 우러난 물색이 이와 닮은듯도 하다.

해안가의 산기슭이나 숲 가장자리의 척박한 곳에서 자라며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 강하다고 한다. 꽃과 향이 좋은만큼 정원수로 가꾸어도 좋겠다.

곱디고운 꽃색깔과 함께 은은한 향기에서 비롯된 것일까. '꿈속의(달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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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5-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달에 천리포 수목원 갔다가 팥꽃나무를 봤습니다. 향기를 맡아볼 생각은 못했는데 향기도 좋은가보군요.
 

매화말발도리

식물들의 사는 환경은 제 각각이다. 기름지고 볕 좋은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식물이 있는 반면 옹색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이나 돌 위에서 사는 종류도 많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런 곳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여기기에 척박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종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다양한 모습을 떠올려 본다.

숲이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때에 생강나무, 히어리 등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작은 종모양의 하얀 꽃은 아래로 향한다. 여린 가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말발도리 종류의 꽃은 꽃이 진뒤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말발도리는 다른 말발도리에 비해 일찍피며 꽃이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 봄이면 꼭 가는 곳에서 만난다. 땅 위 풀에 주목하는 시기에 나무로 시선을 옮기게 하는 꽃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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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약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어느날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된 꽃앓이가 해가 지날수록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져만 갔다. 꽃이 필 때가 되면 수시로 검색하며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다 마음졸이며 몇 해가 지났다.

그러는 사이 한 해에는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봉우리 맺힌 것을 보았고 이듬 해에는 같은 길 다른 곳에서 꽃이 진 후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숨바꼭질 만 하다 정작 꽃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해에 문득 꽃친구가 몇 년 전에 올렸던 꽃사진을 찾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꽃소식과 함께 보러가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에서 수줍게 핀 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재배하는 작약과는 다른 종류다. 깊은 산에서 자라며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잎의 뒷면에 털이 난 것을 털백작약, 잎의 뒷면에 털이 나고 암술대가 길게 자라서 뒤로 말리며 꽃이 붉은색인 것을 산작약, 산작약 중에서 잎의 뒷면에 털이 없는 것을 민산작약이라고 한다."

곱고 우와하고 단정하다. 달리 무슨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넋이 나갈 정도로 매력적이다. 갈증은 해소했으나 그리움이 커졌다. 꽃 필 무렵이면 산 넘고 물 건너 올 꽃소식에 목이 길어질 것이다.

귀한 마음 덕분에 올해는 편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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