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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았으니 키를 키워야하고 품도 풍성하게 넓혀야 한다.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면 끝이 아니다. 곱게 단풍도 들겠다. 타고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소명이다. 그때까지 굳건히 버티길 빈다.

댑싸리라고 한다. 빗자루를 만들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골목 어디쯤이다. 이렇게 크는 동안 눈길 한번 주지 못한 미련함을 이렇게라도 덜어야하지 않겠는가.

비는 먼곳에서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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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앓이다. 씨앗을 뿌리면서 부터 시작된다. 싹은 언제 돋아나는지, 하루에 얼마나 크는지, 꽃봉우리는 언제 맺히는지, 아침이슬을 이는지, 비 무게는 견딜 수 있는지, 바람이 불때는 얼마만큼 고개를 숙이는지 혹여 가뭄에 목은 마르지는 않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나서부터는 키만 키우고 부실해 보이는 꽃대가, 무게를 더하며 자꾸만 부풀어 가는 꽃붕우리가, 벌어지는 꽃봉우리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지, 활짝 핀 꽃은 며칠이나 갈지, 맺힌 씨방엔 꽃씨가 얼마나 담기는지?.

다?. 뿌리 내린 자리를 의지해 감당할만큼씩만 스스로를 키 키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잊고서 신비롭다는 눈길을 보낸다.

씨앗에서 발아한 애기도라지가 절정에 이르기 직전이다. 꼭 다문 꽃잎이 마치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픈 표정이다. 물려받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명이다. 기다린 이의 마음을 아는지 눈맞춤으로 화답한다.

다음 생은 따로 있지 않고 오늘 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내게 왔나 보다. 어제와 내일이 오늘 이 순간에 공존한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오늘의 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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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지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이러냐 자일러냐
각별이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고시조로 작자미상이라고도 하고 조선사람 이명한이라고도 한다. 누군들 어떠랴. 사람 마음은 시간을 초월하여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물었다. 모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가 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몇 발이더냐 몇 자이더냐. 긴 줄은 모르지만 끝 간 데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참기생꽃이라 했다. 기생의 분 바른 얼굴을 닮았다던가. 높은 산 깊숙한 곳에서 자라지만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 모습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을까.

먼 길을 나서서 높은 산을 올라서야 만났다. 무리지어 피었다고는 하지만 세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서식지가 알려진 곳도 그리 많지 않다. 못 잡을 손이기에 더 애타는 것일까. 하필 기생이라 이름한 까닭이 궁금하기도 했다. 꽃을 만나러 나선 후 늘 멤돌던 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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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대체 뭐라고ᆢ.
새벽길을 기꺼이 나서게 한다. 한겨울 눈밭을 헤치며 산을 오르게 하고, 가던 길 뒤돌아 오게 하며,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해는 언제 뜨는지 날씨에 민감하게 만든다. 높이와 상관없이 산을 오르게 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로 강으로 불러낸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게 하며, 심지어 드러눕게도 만든다.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매해 섬진강 소학정 탐매로부터 시작된 꽃나들이는 이른 봄 하검마을의 계곡을 서성이게 하고, 불갑사 계곡에 들어 먼저 온 봄소식을 맞이하고, 칼바람 맞으며 백아산 구름다리를 건너게 하며, 때를 기다려 8시간 동안 무등산을 오르게 하고, 먼 길을 달려 안면도 소나무숲을 서성이게 하고, 연달아 3주를 노고단을 찾게 하며, 당일치기로 반야봉 정상에 오르게 하고, 30년 만에 다시 세석평전으로 부르고, 비오는 날 남덕유산의 능선을 걷게 하고, 태풍이 도착한 향적봉을 오르게 한다. 꽃 아니면 갈 일이 없을 경북 울진의 바닷가를 멏번씩이나 서성이게 하고, 강원도 첩첩산중을 구비구비 돌게 하며, 비행기 타고 짠물을 건너게도 한다. 백운산의 정상 바위에 서게 하고, 회문산 서어나무를 껴안게 만들며, 안개 낀 동악산 정상 철계단을 내려가고 하고, 옹성산 바위를 걷게 하며, 호젓한 입암산 산성을 둘러보게 한다. 뒷산에 있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묘지를 수시로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낯설고 먼 길을 서슴없이 나선다. 스스로 만든 꽃 달력을 매일 반복해서 살피고, 꽃 피었다는 소식 혹시나 하나라도 놓칠세라 멀고 가까운 곳에 귀를 기울이며,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불원천리 찾아간다. 꽃을 못 보는 때에는 모든 것이 꽃으로 보이는 환각을 감당하게 하고 지난 사진첩을 수도없이 반복해서 보게 만든다.

이처럼 결코 찾아오는 법이 없는 꽃을 찾아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꽃이 부리는 횡포가 실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꽃의 갑질에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꽃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꽃향기 품어 사람과의 만남에 꽃향기를 전한다. 꽃 찾아 산과 들로 나도는 사이 몸은 꽃을 키우는 자연을 닮아 건강해지니 다시 꽃 찾아 나서는데 망설임이 없다.

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개한다. 꽃으로 인해 인연 맺게 하며, 맺은 인연을 끊게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도 몇 년씩 알고 지낸 사람처럼 가깝게 만들며, 같은 꽃을 찾아 나섰다는 이유만으로도 벗으로 삼게 한다. 꽃 보다 못한 사람은 멀리하면서도 이내 꽃 마음으로 품어 꽃향기 스미게 한다. 나이, 성별, 직업, 사는 곳을 가리지 않고 꽃 안에서 이미 친구다. 모든 지청구를 감당하며 몸이 힘들어 하면서도 다시 먼 길 나서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다.

꽃 닮아 환하고, 꽃 닮아 향기 나며, 꽃 닮아 순수하여 천진난만이 따로 없다. 꽃 보듯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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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이 더 느려지며 결국엔 멈춘다. 문득 눈에 들어 한참을 머물게 하는 장면이 있다. 새롭게 만나 낯설거나 익숙하여 더 주목하는 경우들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이라고 하지만 나는 멈추게 하는 요인에 주목한다. 관심사에 따라 또는 경험에서 얻은 특별함이 있에 멈출 수 있고, 멈춰서 보이기 전에 이미 내 안어 존재하는 무엇을 발견하고 멈추게 된다.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찾아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시공時空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낸 특별함 속에 머물러 내 안의 그것과 만나고자 함이다.

덩굴개별꽃이 피었다. 내 안의 무엇이 소박함이 주는 이 특별함과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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