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은 폭염으로 숨 쉬는 것조차 버겁다하더라도 이미 아침 기온에선 서늘함이 느껴진다. 올 여름은 가뭄이라 습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에게는 좋은 때는 아닌가 보다. 두어번 걸음에도 눈맞춤을 못하고 있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해서 무엇하리"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의 일부다. 내게도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까지 다섯 모두 어느 하나라도 빼 놓을 수 없는 좋은 친구다.
오늘은 대나무竹에 주목한다. 대나무를 떠올리면 추운 겨울 눈쌓인 대나무밭의 시리도록 푸른 모습이 으뜸이지만 이 여름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여름날 대나무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바람결에 댓잎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오우가 중 대나무竹를 노래한 부분이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대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풀이니 나무니 구분에 앞서 대의 무리群가 가지는 곧고 푸른 특성에 주목하여 벗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둥실 떠간다. 모습으로만 보면 가을 어느 한 날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것 같은데 내리쬐는 햇볕은 인정사정이 없다. 이런날은 대숲에 들어 피리 연주자 김경아의 '달의 눈물'을 무한 반복으로 듣는다면 좋겠다.
https://youtu.be/kHBUhH_sZ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