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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떼가 있나
봄아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하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절개를 굽히지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으으은세계 되고보면은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아
차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만진수는
불여생전일배주만도 못
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세월어쩔꺼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트리다가 대랑 메달아 놓고
국고투식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https://youtu.be/0uPJHNQKbJI

*대설大雪이란다. 눈 대신 짙은 안개와 된서리로 맞이한 하루다. 겨울이라지만 춥기는 커녕 다 누리지 못한 가을을 애석해 하는 것처럼 연일 볕이 좋다.

역병에 선거철까지 겹쳐 시절이 하수상타지만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싶은 놈들이 많다.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려면 투표 잘 해야한다.

이 좋은볕 가슴에 품어두었다 필요할 때 꺼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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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 소'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素 소 = 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恒白항백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明澄명징함이 있다. 素 소, 恒白항백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素 소,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다시 1년을 더하여 5년째를 맞이한다. 素소를 가슴에 품었던 5년 전 그날이나 다시 1년을 더하는 오늘이나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
 
종이에 스며든 먹빛과 글자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서 한 폭의 그림의 실체를 봤다. 이 글자 素소가 가진 힘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쌓인 시간의 무게를 더한 反映반영이 지금의 내 마음자리일까.
겨울의 첫날에 첫눈이 내린다. 손끝이 시린 아침을 건너가며 맞이하는 눈이 곱기만 하다. 희고 차가운 자리에 온기를 품어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고 그것이 素소와 다르지 않다.
素소, 그것을 빼닮은 차가운 공기가 성급하게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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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聲竹韻 不濃不淡 송성죽운 불농부담
何必絲與竹 山水有淸音 하필사여죽 산수유청음

소나무 대나무 스치는 소리 진하지도 엷지도 않구나
무엇 때문에 실과 대나무가 필요하겠소 산수 속에 맑은 음악이 있는데

*중국 진나라 때의 시인 좌사의 '초은招隱'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실은 현악기를 대나무는 관악기를 이르는 말이다.

전해오는 말에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어느 날 뱃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를 따르던 문인 후궤라는 사람이 아첨하여 말하기를 "이만한 뱃놀이에 여인과 음악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소명태자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좌사의 이 시구절만 읊었다고 한다.

볕 좋은 날 푸른 하늘 가운데 하얀구름 떠가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나무가지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춤사위와 솔바람 소리에 화답하는 새 소리 들리는데 더이상 무엇을 더하여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진 감흥을 깨뜨린단 말인가.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이 묻어 있다. 가을가을 하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언제나 진하지도 엷지도 않은 맑은 소릴 들을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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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타령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 군자룡 만당추수의 홍연화
암향부동 월행혼 소식전튼 한매화
진시유랑 거후재난 붉어 있다고 복숭꽃
구월구일 용산음 소축신 국화꽃
삼천제자를 강론하니 향단 춘풍의 은행꽃
이화만지 불개문허니 장신문전 배꽃이요
천태산 들어가니 양변 개작약이요
원정부지 이별허니 옥창오견의 앵도화
촉국한을 못 이기어 제혈허던 두견화
이화노화 계관화 홍국 백국 사계화
동원도리 편시춘 목동요지가 행화초
월중단계 무삼경 달 가운데 계수나무
백일홍 연산홍 왜철쭉 진달화
난초 파초 오미자 치자 감과 유자 석류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화초 갖은 행과 좌우로 심었는디
향풍이 건듯 불면 벌 나비 새 짐생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 눈발 날리는 날 매화를 찾아나서며 시작된 꽃놀이가 겨울 문턱에서 주춤거린다. 쉼 없이 달려온 꽃놀이에서 꽃과 나눈 눈맞춤으로 가슴 부풀었다. 이제는 그렇게 가득 담아온 꽂내음을 갈무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안다.

돌아보면 어느 한철이라도 꽃 가운데 노닐지 않던 때가 없었다. 섬진강에서 동강으로 동해바다 울진에서 서해바다 신시도로 제주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던 꽃길 모두가 꽃마음을 나누는 중심에 벗들이 있었다.

https://youtu.be/zB_zQg_yfTs

발자국 찍었던 그 모든 순간에 차꽃의 향기처럼 화초타령 한자락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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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깎아 걸었다.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곳에 깎은 감을 걸어 말린다. 곶감의 '곶'은 감열매를 곶이처럼 묶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시간이 응축되어 감으로 맺고 그 감이 옷을 벗고 햇볕에 말라 곶감(건시乾枾)이 된다. 떫은맛이 특유의 단맛으로 바뀌는 것이다.

올해는 건너뛴다고 했다. 눈으로 보는 색감과 입으로 음미하는 맛을 익히 아는지라 아쉬움이 컷는데 이를 알았는지 아는 분이 감 한상자를 가져왔다. 크고 작은 생긴 모양 그대로 깎아 걸었다. 햇볕에 말라가는 동안 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미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할 것이다.

단맛이 배이고나서도 손대지 않고 오랫동안 기다릴 것이다. 해가 바뀌어 섬진강 매화 필때 먼길 나설 벗들을 맞이하려는 마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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